아사히신문, 미 공문서에서 확인…“비밀 의사록 형태 제안”
미국과 일본이 1960년 안보조약 개정 때 맺은 밀약 협상이 당시 기시 노부스케 일본 총리에 의해 주도됐던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밀약은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이 일본과 사전 협의 없이도 일본 내 기지에서 즉각 출격 할 수 있도록 한다’ 는 내용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1958∼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둘러싼 미국 측 문서를 확인한 결과, 기시 총리는 1959년 11월 19일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조카인 더글러스 맥아더 2세 당시 주일 미국대사에게 “민감한 문제를 잘못 다루면 조약이 깨진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 일본 측 교섭 담당인 후지야마 아이이치로 외무상을 통해 비밀 의사록 형태로 한반도 유사시와 관련된 내용을 합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기시는 ‘미일 대등’을 주장하며 사전 협의 신설을 포함한 안보조약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1959년 7월 맥아더 대사로부터 한국전쟁이 재발할 경우 주일미군은 즉시 한국에 있는 유엔군을 지원해야 하므로 사전 협의는 불가능하다고 통보 받았다.
결국 교섭은 미국측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시 총리가 방미 하기전 합의됐고 ‘비밀 의사록’ 형태로 확정됐다.
아사히 신문은 “비밀합의는 1960년 1월 기시 총리의 방미와 조약 서명에 앞서 후지야마 외무상과 맥아더 대사 간에 합의됐으며, 조약은 양국 의회 비준을 거쳐 발효해 6월 23일자 ‘비밀 회의록’ 으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당시 미국 측 전문(電文) 등 기밀 지정이 해제된 공문서 사본 30여점을 시노부 다카시 일본대 명예교수가 확인해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문서에 따르면 후지야마 외무상은 1959년 8월 협상에서 “기시와 매우 신중히 검토했다”며, “침공이 재발할 경우 주일미군이 협의 없이 즉시 유엔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안보조약 하 협의기관의 첫 회의에서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유사시를 사전 협의 예외로 한다는 합의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미일간 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내에서는 안보조약 개정에 대해 미국의 전쟁에 말려들 수 있다며 반대 운동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밀약은 일본 정권이 2009년 민주당으로 교체된 것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당시 교섭 경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당시 밀약에 대한 조사 때 이 밀약이 이미 무효이고 정부는 사전 협의로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미 정부와 확인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