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회담 신호 보낸 김정은]
트럼프, 지난달 “연내 金 만나고 싶어”… 金, 대화 가능성 트럼프 2기 첫 언급
G20때처럼 내달 APEC때 만날수도… 소식통 “회동 추진 물밑 움직임 감지”
金 “韓과는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 한국 패싱 노골화… 북미 담판 원해
● APEC 계기 트럼프-金 ‘브로맨스’ 재개 가시화
김 위원장이 비공개 친서를 제외하고 대외에 공개되는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6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해 왔다. 6월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가 미국 정부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뉴욕채널을 통해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북-미 대화 재개 구상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APEC에 초청하면서 “북한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제안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한 제안”이라며 “올해 안에 그(김 위원장)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이달 3일 김 위원장은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6년 8개월 만에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화 통화에서 APEC에서 만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선 트럼프가 만날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안 만나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는 점,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핵보유국으로 넘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현실이 트럼프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金 “한국과는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선 23일 시작되는 유엔 총회를 통해 북-미가 물밑 접촉에 나선 뒤 APEC을 계기로 판문점이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후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만남’을 깜짝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졌다.
정부도 판문점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2019년처럼 판문점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이거나 확정적인 사항은 없지만 정상회의 기간에 두 정상의 즉석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고 정부도 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즉각 북-미 대화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중국은 관련 당사국들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과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정치적 해결이라는 큰 방향을 고수하며, 긴장 완화와 지역 평화,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과는 어떤 경우에도 마주 앉을 일도,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한국은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국법으로 고착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론’을 내건 정부는 남북 관계 복원을 서두르기보다는 북-미 대화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 적대성 해소와 평화적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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