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관계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무역합의 발표를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영국과 첫 합의 발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대대적으로 부각해 여타 국가에 신속한 합의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동부시간) 내일(8일) 오전 10시,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규모가 크고 높은 존경을 받는 국가의 대표들과 주요 무역합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국가 중 첫번째”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합의 상대국을 특정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NY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영국과의 무역합의 타결에 관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합의는 양국 모두에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영국과의 무역합의 기본틀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두번째 임기의 첫 무역합의 사례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양국은 그동안 미국 자동차와 농산물에 대한 영국의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 기술 기업에 부과되는 영국의 세금을 철폐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8일 중 관련 소식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합의가 최종안이 아닌 향후 협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본틀(framework)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NYT는 이번 합의가 최종 확정된 것인지, 향후 몇 달간 계속 진행할 합의의 기본틀만 발표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인 팀 브라이트빌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는 단지 향후 몇 달간 협의하게 될 사안들의 기본틀을 정하고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합의일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율, 비관세 장벽, 디지털 관련 거래 등에 관한 사안이 모두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이들 각각에는 해결해야 할 어려운 쟁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완전한 무역합의는 일반적으로 수년간의 협상을 거쳐 체결되며,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국가들과의 논의도 약속과 의향에 대한 포괄적 수준의 합의에 그치는 게 최선이었다”며 많은 세부사항들이 나중에 협상되도록 남겨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합의의 수준이 어떻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성과로 내세우며 협상을 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등 여타 국가를 한층 압박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이스라엘과의 합의 타결도 목전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9일 0시1분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관세 발효 13시간 정도가 지난 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상호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을 비롯해 인도, 일본, 한국 등 주요 무역상대국과의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일부 국가와 협정이 타결될 것임을 시사해왔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협상과 관련해선, 양국의 합의에 근접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타결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하기도 했다.
취임 직후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불안정성 심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수세에 몰려 무역합의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관세 기조에서 물러서라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해왔다며 그가 자신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초래한 시장 혼란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발표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