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처럼 격렬히 싸워”
베선트, 머스크 대신 실세 우뚝
중년 남성 두 사람이 대통령 앞에서 ‘F자’로 시작하는 욕설과 고성 등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관료들이 보는 가운데 크게 다퉜다고 미국 정치 매체 액시오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다툼의 발단은 국세청장 직무대행 인사에서 비롯됐다. 서로 자신이 밀고 있는 인사를 국세청장 직무대행 자리에 앉히려다 정면충돌까지 한 셈이다.
목격자 중 한 명은 액시오스에 “집무실에서 그들은 물리적으로 얽히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이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복도로 옮겨서도 계속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회의에서 베선트가 머스크와 마주했을 때 ‘FXXX’ 욕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웨스트윙에서 억만장자인 두 명의 중년 남성이 WWE(프로레슬링)를 하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보좌관이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아야 할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베선트 장관은 머스크의 DOGE가 예산 삭감에 대해 과도한 약속을 하고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머스크는 “베선트는 소로스의 간첩”이라며 “실패한 헤지펀드를 운용했다”고 맞받아졌다. 베선트 장관이 민주당 핵심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측근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승자는 베선트였다. 베선트 장관의 지지를 받은 마이클 포켄더 재무부 부장관이 국세청장 직무대행에 낙점됐다. 머스크가 내세웠던 게리 섀플리 국세청장 직무대행은 불과 사흘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재무부 산하 기관에 대한 머스크의 인사 개입에 불만을 품은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인선을 뒤집었다고 전했다.
과거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던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 실세로 거듭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던 머스크를 꺾은 베선트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상호관세 유예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임 철회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 당시 상황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조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놓고 놀랍도록 열정적인 이들을 한 팀에 넣은 게 비밀은 아니다”며 “이견은 건강한 정책 과정의 일부”라고 밝혔다.
둘의 악연은 취임 전부터 시작됐다. 인수위원회 시절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첫 재무 장관으로 베선트가 아닌 하워드 러트닉을 추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트닉이 아닌 베선트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이후에도 양측은 재무부 내부 인사를 두고 충돌이 이어졌다. 한 베선트 장관 측 인사는 액시오스에 “베선트는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한계를 넘으면 분노를 표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