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구가 적보다 더 나빴다…각국 계속 열심히 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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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은 매우 오랫동안 친구와 적 모두에게 이용당했고 솔직히 말해 많은 경우 친구가 적보다 나빴다"며 상호관세 무역협상에 대한 전 세계 무역 상대국들의 태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각국이 8월1일로 새롭게 설정된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 전까지 미국과 계속 협상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우 및 홍수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미 텍사스주 커빌카운티를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다가오는 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 해줄 조언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저 열심히 일하라"(just keep working hard)라고 답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관세 유예 마감 직전까지 미국과 새로운 통상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에 진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친구와 적 모두에게 이용당해 왔다"며 "솔직히 말해 많은 경우 친구가 적보다 나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나는 단지 '계속 열심히 일하라. 모두 잘 풀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을 마친 영국과 베트남을 제외하고 지난 8일부터 각국에 상호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고 있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협상을 마치지 못하면 통보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대다수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애초 지난 8일에서 다음 달 1일로 3주 정도 늦춘 것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국 이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며 안도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는 지난 4월2일 상호관세 첫 발표 당시와 같은 25%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 정부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8월 1일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상당수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의 세율을 예전보다 높여서 제시하면서 예상 밖의 고율 관세를 얻어맞게 된 국가들은 반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 향후 미국과 이들 국가 간의 통상 분쟁이 격화할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반미(反美) 연합체'로 여겨지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주최한 브라질에는 지난 9일 당초 10%였던 관세율을 '50%'로 대폭 올려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고,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에는 당초 25%보다 10%포인트나 높은 35%의 관세율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무역법 301조에 입각한 불공정 무역 조사 착수 방침까지 통보했다.

그는 서한에서 지난 2022년 브라질 대선 직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마녀사냥'으로 지칭하면서 초고율의 관세를 제시해 관세를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개입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줬다.

브라질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오히려 적자를 보는 가운데 예상 못한 '관세 폭탄'을 맞게 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이 브라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싸우겠다. 그런데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도 50%의 관세로 보복 조처를 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아마도 언젠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일본에는 관세율을 1%포인트 올려 25%로 통보했는데,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미국을 향해 내뱉는 발언들이 한층 거칠어졌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일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도중 미일 간 통상협상에 대해 "국익을 건 싸움이다.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고 아사히 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35%의 관세 서한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어제 보냈고, 그들(캐나다)이 전화했다. 서한이 잘 도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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