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 “우크라, 2차대전후 베를린처럼” 동서 분할 제안

3 weeks ago 14

“서쪽 英-佛, 동쪽은 러시아군 주둔…동서 사이엔 폭 29km DMZ 두자”
논란 일자 “분할 언급 아니다” 수습
美-우크라 ‘광물협정’ 협상 난항…러, 우크라 공습 최소 32명 숨져

키스 켈로그 미국 백악관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가 ‘우크라이나 동서 분할 방안’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안으로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동서로 가르는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영국·프랑스군이, 동쪽은 러시아군이 주둔하자는 취지다. 논란이 커지자 켈로그 특사는 “분할을 언급한 게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켈로그 특사가 관련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제2차 세계대전 뒤 동서(동독과 서독)로 분단됐던 독일 베를린을 직접 언급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실제 이런 구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가 13일 우크라이나 북동주 수미주 일대를 탄도미사일 등으로 공습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단일 공격으로는 2023년 10월 이후 최다 인명 피해라고 진단했다. 일요일을 맞아 교회에 가는 인파가 많아 민간인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켈로그 특사는 ‘X’에 “러시아가 수미 일대의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썼다.

●美 ‘우크라 동서 분할안’ 언급 처음

켈로그 특사는 11일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드니프로강 서쪽에 영국과 프랑스의 평화유지군인 ‘안심군(reassurance force)’이, 동쪽에는 러시아군이 주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미국이 지상군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서 사이에는 약 29km 폭의 비무장지대(DMZ)를 두자고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에서 일어난 일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당시 러시아 점령 지역, 프랑스 점령 지역, 영국 점령 지역, 미국 점령 지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미국 고위 관계자가 휴전 뒤 드니프로강이 우크라이나 내 경계선이 될 수 있다고 처음 제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휴전을 중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2022년 러시아에 불법 합병된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대한 러시아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전략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윗코프 특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움직여야 한다”고 협상을 재촉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 때 손상된 양국 관계를 되살리는 것은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적절한 시기에 열리겠지만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우크라 ‘광물 협정’ 협상도 난항

미국은 11일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광물 협정’의 새로운 안을 두고 수도 워싱턴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실무진 협상을 진행했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회담에 참가한 익명의 관계자는 “(회담이)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이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러시아 가스관 통제권을 요구했고, 우크라이나는 ‘식민지 강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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