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독한 최고경영자(CEO)’를 선호한다. 주주들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제품 원가를 높이려는 기업을 향해 쓴 소리와 때론 ‘엄살 쇼’도 벌여야 한다. 실적 발표장에선 마치 이 기업에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도 심어줘야 한다. 한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런 역할을 참 잘했다.
인공지능(AI) 시장에선 비록 뒤처지며 한물간 미국 기업이 있다. 혁신은 커녕 AI 시대에서 제대로 살아남을지 의문이란 평가가 국내외에서 뒤따른다. 그런데 7월5일 현재 주가는 사상 최고가 대비 고작 -2.8%. AI 거품 논란으로 미국 빅테크들의 주가가 급락할 때 나 홀로 버티고 있다. CEO의 주목받는 행보를 통해 다시 한번 사상 최고가를 노린다.
빅테크 30%씩 하락할 때 사상 최고가 근접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을 종합해보면 팀 쿡 애플 CEO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부터 반도체(칩)를 구매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이런 로비는 ‘합법’이지만 CXMT로 부터 칩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CXMT가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감시대상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
팀 쿡이 불가능한 로비에 도전하는 것은 폭등한 메모리 가격 때문이다. 최근 3개 분기 동안 4배 이상 올랐다. 메모리 시장은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삼등분하고 있다. 이들이 D램 생산 라인을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거 전환하면서 일반 메모리 공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 등의 수요는 여전한데 여기에 들어갈 메모리가 동이 났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팀 쿡은 “지난 수십 년간 이 정도 규모의 가격 인상은 없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불평·불만에 그치지 않고 CXMT처럼 메모리 ‘빅3’ 보다 점유율과 가격이 낮은 업체들에 구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가 ‘큰손’ 등 주주들은 애플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팀 쿡의 행보가 드러나고 애플 주가는 반등세다. 물론 팀 쿡의 로비가 통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런 거침없는 언행이 삼성·SK·마이크론 등 ‘빅3’를 자극해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것에 대해선 월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2026년 들어 7월5일 까지 13.5% 올랐다. 일단 시장(S&P500·9.3%)을 이겼다.
빅테크 ROIC 하락하는데 애플은 상승 중
2026년 상반기 들어 AI 거품론이 시장을 지배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하려는 업체들은 예외 없이 주가가 부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고점 대비 주가가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 정도면 미국 전체 지수가 하락 반전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2026년에는 애플이나 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들 주가가 강세를 보이며 미국 주식시장이 버티는 데 한몫했다.
미국 시총 상위주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큰손 투자자들이 좀 더 예민해지면서 투하자본이익률(ROIC)처럼 민감한 지표로 주식을 평가하고 있다. ROIC는 기업이 사업에 투입한 돈 대비해 얼마의 이익을 벌었는지를 보여준다. 세금을 낸 이후 영업이익을 투하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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