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한국 기업들은 당분간 미·중 갈등 속에 ‘3극 체제’가 지속된다는 점을 전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차원의 생산과 시장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중앙대 석학교수)는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5 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포럼 ’에서 ‘트럼프 스톰 강타한 글로벌 경제 향배와 해법’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의 구도가 미·중 양극체제에서 미·중·유럽의 3극 체제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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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시대, K기업 성공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2025이코노미스트 인사이트포럼이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근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트럼프 스톰‘ 거센 글로벌 경제 향배와 해법’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서병수 기자) |
유럽 중요성 부각…규제환경 변화 최대 리스크
이근 교수는 “미국의 기술 우위가 당분간 지속되긴 하겠지만 기술과 시장 측면에서 유럽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따져봐도 미국, 유럽, 중국이 비슷한 규모”라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중국 말고 또 하나의 생산 입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제는 미국 말고 다른 시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미국만 빼고 다같이 뭉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역량을 놓고 보면 미국보다 유럽연합(EU)의 규모가 크고, 중국의 경제는 미국을 추월하진 못하더라도 10년 내에 미국 GDP의 80%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리 기업들로선 유럽 시장을 새로운 활로로 삼으면서 중국의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3극 체제가 도래하면서 규제 환경이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적응하고 대비해야 할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뿐 아니라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나 유럽의 환경 규제 등 국가·지역별로 경쟁 및 규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가별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생산 입지 선정은 물론 제품 맞춤화에 반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핵심 경쟁력, 국내 공급망에서 나온다…정부 역할 중요
이 교수는 기업들의 유연성 있는 전략 변화도 중요하지만 혁신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 역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도 검토해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크게 봤을 때 한국 기업들의 대응 기본 모드는 생산과 시장의 유연·다각화가 돼야 한다”며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해서 관세를 때려서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을 다 몰아내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 내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고 미국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침체되니까 우리는 또 유럽으로 다각화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공급망이 탄탄해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산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선 관세나 친환경 보조금 등의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을 놓치면 유연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없다”며 “한국 제조업의 핵심 기반인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