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등돌린 유권자들…직무수행·전쟁 대응 모두 '과반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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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여론조사…美 등록 유권자 54% "직무수행 부정적"
전쟁 대응 부정 54%…공화당 지지자도 20% 등돌려
관세 정책 "경제에 害" 55%…휘발유값 전쟁 이후 50%↑
민주당, 중간선거 여론조사서 공화당에 8%p 앞서

  • 등록 2026-05-11 오전 8:55:01

    수정 2026-05-11 오전 8:55:01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운용과 이란 전쟁 대응 모두에서 과반 유권자가 ‘부정’ 평가를 내린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장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FT가 영국 조사업체 포컬데이터(Focaldata)에 의뢰해 지난 5월 1~5일 미국 등록 유권자 31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긍정 평가는 39%에 그쳤다. 오차범위는 ±2.1%포인트다.

경제 분야 평가는 더 가혹했다. 응답자의 약 58%가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및 생계비 관련 대응을 ‘매우’ 또는 ‘다소’ 부정적으로 봤다. 일자리와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 평가도 50%를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해(害)가 됐다고 답한 비율은 55%에 달한 반면,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4명 중 1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란 전쟁 대응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54%가 관련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약 5명 중 1명이 트럼프의 이란 전쟁 대처에 불만을 나타냈다. 무당파(인디펜던트) 응답자의 부정 평가 비율은 58%를 웃돌았다.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 조사. (단위: %, 자료=포컬데이터·FT)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고, 이후 7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불안한 휴전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유가 급등의 여파로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약 3.8리터)당 약 4.60달러(약 6730원)로, 전쟁 시작 전 대비 약 50%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가가 훨씬 내려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6개월 앞두고 공화당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FT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 전체를 기준으로 민주당이 공화당을 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파 사이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상·하원 모두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핌코 “금리 인하, 역효과…인상도 배제 못 해”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운용 자산 2조3000억 달러(약 3367조원) 규모의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 댄 아이바신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금리 인상에서) 아직 거리가 있지만, 유럽과 영국, 일본에서는 긴축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미국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댄 아이바신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핌코)

아이바신은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연례 밀컨 인스티튜트 콘퍼런스 현장에서 “중앙은행들이 신중하게 대응하거나, 필요하다면 정책 긴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흐름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자칫 중장기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용 자산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제니 존슨 최고경영자(CEO)도 별도 인터뷰에서 “물가를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슨은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선호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3월 기준 3.5%로, 약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은 지난달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으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 반대 의견 수는 1992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연준은 공식 성명에서 여전히 금리 인하 방향성을 유지했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미국 국채 수익률도 가파르게 뛰었다. 정책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약 0.5%포인트 상승해 현재 3.87%에 이르고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가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에 대해 아이바신은 “연준의 역할 범위를 좁히고 소통 방식을 간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금리 정책과 대차대조표 운용 등 시장이 중요시하는 영역에서는 충분한 독립성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존슨도 “워시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의 역사적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옳다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후보자는 상원 금융위원회 승인을 마쳤으며, 오는 15일 파월 의장 임기 만료 전 상원 본회의 인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규제 완화·에너지 정책이 경제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발 에너지 충격이 완화되면 유가 급락, 실질임금 상승, 물가 안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관건은 미·이란 휴전의 지속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통 여부다. 이란 전쟁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 인하 선택지를 꺼내들 공간은 당분간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지난해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퍼미안 분지 유전지대에서 펌프잭이 원유 저장시설 주변에서 가동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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