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학문자유 억압 거부 모범”
서머스 “세금 이용한 협박은 독재”
컬럼비아-프린스턴 총장도 동참
트럼프 “면세지위 박탈” 압박 높여
“세금 제도를 이용해 (대학을) 협박하는 행위는 푸틴식 독재 정권이나 할 짓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겸 전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대가 미국 명문대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수용을 거부한 가운데 1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91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1982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유명 동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학 측을 지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컬럼비아대 또한 같은 날 “정부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겠다”며 동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면세 자격을 박탈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도 결정했다.● 오바마―서머스 한목소리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 정치, 이념, 테러리즘적 ‘병’을 조장한다면 면세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 규정해 과세할지 모른다”며 “면세 자격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썼다.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에 세금 징수까지 더해 대학 재정을 옥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대학에 왜 납세자들이 보조금을 줘야 하냐”라며 “심각한 반유대주의가 만연한 곳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간 하버드대는 부호들의 기부금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왔다. 면세 적용이 철회되면 이 같은 기부금 모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001∼2006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면세 지위가 박탈되면 의학 및 과학 연구의 발전, 미국과 서구 사회의 가치 유지 등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며 ‘독재’에 가까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가 더 많은 단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 다른 대학으로 확산 여부 주목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때 협상을 모색하던 하버드대가 ‘저항’ 모드로 바뀐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11일 받은 5쪽짜리 문건이 발단이다. 이 문건에는 학내 반유대주의 시위 단속, 입학과 교수진 채용 등 학제 운영에 대한 상세한 요구 사항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이 요구가 1636년 개교 후 389년에 이른 하버드대의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슷한 요구를 따르겠다고 밝힌 컬럼비아대가 아직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더 강경하게 맞서지 않았다는 학내 비판을 받아 온 컬럼비아대도 이날 하버드대의 ‘저항 선언’ 뒤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15일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누구를 고용할지를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크리스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도 “프린스턴은 하버드를 지지한다”며 동참했다.두 대학의 저항이 미국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노스웨스턴대 등에도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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