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8년여 전 담당한 한 금융 공공기관의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처럼 살벌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당시 이 공공기관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던 기업 노조가 건물 1층 어린이집 앞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매일 지속되는 시위에 어린이집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시위에 사용된 곡을 따라 부르게 됐다. 학부모들은 어렵게 들어간 어린이집을 옮기지도 못해 곤혹스러운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감소한 뉴욕 학생 수
비슷한 장면이 미국 뉴욕에서 반복되고 있다. 뉴욕시의회가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설 주변에 시위 접근을 제한하는 ‘완충구역’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교육기관 보호라는 조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으로는 법률적 판단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늘날 진보 정치가 안고 있는 오래된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가치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원칙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뉴욕은 그 질문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도시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반전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대학과 학교 주변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보 정치가 강조해 온 ‘표현의 자유’는 분명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특히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장치다. 그러나 그 자유가 또 다른 약자의 일상을 침범하는 순간, 그 정당성은 시험대에 오른다. 어린이집과 학교는 가장 보호받아야 할 공간이다. 아직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뉴욕시 학부모들은 이미 진보 정치를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뉴욕시 교육청과 뉴욕시 차터스쿨 센터 등에 따르면 뉴욕 시립 공립학교 학생은 2016~2017학년도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약 10% 감소했다. 팬데믹 당시의 급격한 유출 흐름은 다소 진정됐으나, 여전히 꾸준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브루클린 16 학구는 최근 몇 년 사이 학생이 20% 급감했으며, 맨해튼 5 학구 역시 18%가 유출되며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주거비 상승이라는 경제적 요인도 크지만, 교육계에서는 시정부가 추진해온 이른바 ‘진보적 교육 개혁’이 중산층 학모들의 이탈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학부모 피로감 호소
뉴욕시의 많은 학부모는 이제 ‘정치적 올바름(PC)’이 아이들의 학습권이나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의 거부권 예고는 진보적 원칙을 고수한다는 명분을 얻을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책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뉴욕의 고민은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실패한 실험으로 증명된 바 있다. 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수월성 교육을 거부하고, 부모의 권리보다 교육당국의 이념을 앞세운 캘리포니아 공교육은 현재 중산층의 대거 이탈과 학력 저하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정치가 현실과 괴리될 때 공교육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감 선거를 앞둔 한국 교육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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