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인터넷 안 되는 실리콘밸리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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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인터넷 안 되는 실리콘밸리 심장

미국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의 심장’으로 불린다.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구글·야후·엔비디아·오픈AI의 창업자를 배출한 대학이다. 빅테크의 최대 인재 공급처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곳을 찾을 때마다 느껴지는 모순에 놀란다. 인터넷과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에서 휴대폰 네트워크 연결이 제대로 안 돼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도 “휴대폰이 안 터져 캠퍼스에서 중요한 전화를 못 했다”는 학생들의 아우성이 10년 넘게 수시로 올라온다.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의 네트워크 커버리지 지도에서도 스탠퍼드대만 유독 ‘빨간색’(신호 없음)으로 표시된다.

주민 반대에 전화 안돼

이곳의 통신 문제는 뿌리 깊다. 뉴욕타임스가 “휴대폰 수신 문제는 수년간 (스탠퍼드대가 있는) 팰로앨토의 골칫거리였다”고 한 게 10년 전 일이다. 지역 주민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전화 받을 때면 집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이유는 주민 반대다. 전통 부촌인 팰로앨토 주민은 오랜 기간 시내 휴대폰 기지국 설치에 반대했다. “100년 넘는 건물의 미관을 해친다” “전자파가 학생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이런 민원이 받아들여지면서 2019년 모든 학교의 600피트(약 183m) 이내에 기지국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시(市) 조례가 신설됐다. 올해 초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방 정부의 기지국 규제 권한을 축소하려고 하자 가장 먼저 반대한 곳도 팰로앨토시였다.

미국은 절차와 합의, 지식재산권을 중시하는 법률 토대 위에 세워졌다. 이는 자유로운 자본 흐름의 기반이 됐고 그 위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AI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그만큼 빠르게 확장되지 못했다. 규제와 절차의 준수는 필연적으로 인프라 건설과 확장을 지연시킨다. ‘디지털 혁명의 중심’이자 ‘인프라 후진국’이라는 미국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공간이 스탠퍼드대인 셈이다.

중국은 25년간 전력 생산 9배

하지만 중국은 반대다. 지난달 중국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 V4가 증명하고 있다. V4의 연산 비용은 오픈AI 챗GPT의 3분의 1 수준이다. 비결은 저렴한 전기료다. 화웨이 칩으로 구성된 중국 데이터센터는 중국 지방정부에서 전기료를 지원받는다.

중국은 후진타오(수리공학과)·시진핑(화학공학과) 주석 등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의 주도 아래 전광석화처럼 발전·전력 인프라를 전국에 깔고 있다. 이 덕분에 25년간 미국의 전력 생산량이 11.4% 증가하는 동안 중국은 9배 뛰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결국에는 중국이 AI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저렴한 중국 AI모델은 예산이 빠듯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이 인프라 건설에 투입한 예산은 국가 부채로 돌아와 실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에 견줄 첨단 AI모델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는 빠른 중국을 두려워한다. 미국 대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는 최근 “중국이 물자와 인력, 정보를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사이 우리는 과거에 머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만큼이나 중국의 조용한 인프라 혁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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