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에 대응 가능한 중국…딥시크는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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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 라마사미 CEIBS 교수 인터뷰
"숙련된 노동자·인프라·안정성 등 성장요건 고루 갖춰"
"딥시크 외에 혁신적 중국 기업들 많아"
내달 29일 GAIC 기조연설, 미중 갈등 대처법 공유

  • 등록 2025-04-24 오전 6:20:00

    수정 2025-04-24 오전 6:20:00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미·중 갈등에 중국도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더 이상 방어적인 입장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

전세계가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휘말린 가운데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발라 라마사미(사진)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글로벌 EMBA 부학장은 중국이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으로 봤다.

라마사미 교수는 영국 레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노팅엄대 말레이시아 캠퍼스,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마카오대학교를 거쳐 2006년부터 중국 CEIBS에서 경제학을 강의해왔다. 20년 가까이 중국에 머물려 중국의 경제개방 후 성장과정을 지켜본 그는 미·중 관계에 있어서 누구보다 전문가로 꼽힌다.

오는 5월29일 이데일리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 기조강연에 나서는 라마사미 교수에게 미리 미·중 패권전쟁에 대한 시각을 들어봤다.

라마사미 교수는 중국을 이해하려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개방되면 정치체제 개혁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중국의 1당 체제는 더 강력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중 강경책을 펼쳤고 2기 행정부에서는 그 전략을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라마사미 교수는 “중국의 경제는 급성장하고 기술은 발전했지만 서방이 기대했던 정치개혁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중국에 대한 대응은 강해졌지만 중국도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보는 이유로 중국이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으 들었다. 그는 “중국은 숙련된 노동력, 뛰어난 인프라, 안정적인 정치 체제, 기술주도의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며 “경제성장의 필수조건인 안정성, 숙련노동, 인프라, 장기전략을 모두 갖춘 국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에 물론 도전 과제도 있겠지만 기반은 매우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구의 10%만 숙련 노동자라고 해도 그 숫자가 1억5000만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다. 인프라는 단순한 규모를 넘어 전략적이다.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은 더 이상 선진국을 쫓아가는 팔로어가 아니다. 화웨이나 딥시크 같은 기업들은 세계 최첨단을 선도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성도 큰 강점으로 꼽았다. 미국은 4년 단위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흔들리지만, 중국은 20년·50년 단위의 중장기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는 “교육, 인프라 같은 분야는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한데 중국은 그런 점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라마사미 교수는 중국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976년 중국 개방 이후 국민 개개인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났고 이런 열망이 중국을 성장하게끔 한다”며 “초기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열망은 여전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 열망이 앞으로 30~50년간 지속될 수 있는가인데 중국 인구 중 약 5억명이 아직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발전을 향한 동력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딥시크와 같은 기업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평가했다. 라마사미 교수는 “제약, 의료기술, 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방 세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혁신적인 중국 기업들이 많다”며 “이들은 예외가 아니라 거대한 흐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라마사미 교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역효과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과 상대국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선택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부담은 소비자, 특히 중산층에게 전가된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슬로건은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선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제 한 국가가 혼자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경제 성장은 전적으로 상호의존적”이라며 “미국이 더 강해지려면 다른 국가도 함께 강해져야 하는데 그 중엔 중국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의 경제가 깊이 얽혀있고 중국이 잘 될수록 미국 기업도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데 트럼프 정부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에 대한 노출도가 큰 국가는 실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마사미 교수는 “서구식 자본주의와 중국식 국가 주도형 모델 모두 배울 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쪽을 고를 게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을 융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의 역동성과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균형을 이룬 하이브리드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의 변화에 맞게 시스템도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는 어떤 체제든 실패한 것”이라며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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