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영상 관리 안 한 플랫폼, 영국은 ‘매출 10%’ 과징금 철퇴

1 day ago 1

국내는 광고 수수료 챙겨 수익
7월 법 개정에도 규제 사각지대
플랫폼 책임 묻는 개선 시급

국내에선 학교폭력(학폭)이나 이른바 ‘맞짱’(맞싸움) 동영상 등 유해 콘텐츠가 별다른 제재 없이 유통되지만, 해외 주요국은 이를 방치하는 플랫폼 기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한 지 오래다. 플랫폼 기업의 유해 콘텐츠 관리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고 위반 시 기업의 존립을 흔들 정도로 큰 과징금을 물리는 체계를 구축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번 광고 수익을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 명목으로 나눠 갖는 국내 현실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2년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해 불법 콘텐츠나 폭력, 괴롭힘, 자해 등 위험 행위를 포함한 정보 유통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유해 콘텐츠 확산을 사전에 관리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글로벌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제재를 가해서라도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다.

영국은 유해 콘텐츠 방치 기업에 글로벌 연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2023년 제정한 온라인안전법(OSA)에 따르면 규제 대상은 폭력성이 짙거나 공공 질서 위반을 조장하는 콘텐츠다. 학폭 영상 등 아동·청소년을 괴롭히는 영상도 물론 포함한다. 프랑스는 폭력 영상의 촬영과 유포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 형사 처벌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방치할수록 오히려 이득이 커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유튜브 등 플랫폼은 유해 콘텐츠로 발생한 광고 수익의 약 45%를 수수료로 가져가지만, 이는 범죄 수익 환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유해 콘텐츠 유통으로 범죄 수익 추징 등이 청구된 사례 5건을 분석한 결과 플랫폼사가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까지 환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7월 시행을 앞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를 불법 정보로 명시하고 처벌 근거를 담았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싸움 등 폭력적인 영상 자체를 선동이라고 해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도 “개별 위원의 판단 기준에 따라 (제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의 자율규제 역시 실효성이 낮다. 방미심위가 시정 명령을 내려도 해외 플랫폼 기업에는 콘텐츠 삭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국내 접속 차단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이 틈을 타 모니터링을 우회하는 수법도 공유된다. 유튜브가 폭력 영상에 ‘노란 딱지’를 붙여 수익을 제한하자, 영상에 특수 효과를 덧씌워 오락 콘텐츠로 위장해 인공지능(AI)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행법상 단순 격투 콘텐츠인지, 폭력적인 콘텐츠인지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해 직접 규제하기 어렵다”며 “해외처럼 플랫폼에 관리 재량을 주되 광고 수익을 얻지 못하게 하는 등 그 책임을 강하게 묻는 방향으로 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