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유통 폭염도 전쟁도 닿지 못한 지하 30m, 그곳에서 여름이 샴페인이 된다 유럽 열돔에도 지하 동굴은 연중 10도로마 채석장부터 전쟁의 방공호까지수천만 병이 잠든 2000년의 지하로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의 닫힌 문과 열린 문조연의 포도 피노 뫼니에가 차려낸 점심 한 상로마의 문에서 화해의 돌판까지, 다시 랭스로 지난 6월 말, 샴페인의 수도라 불리는 프랑스 랭스의 한낮은 42도였다. 같은 시각 이 도시의 지하 30m는 10도. 유럽을 덮은 열돔도 2000년 전 로마인이 파낸 백악 동굴까지는 내려오지 못했다. 도시 밑 수십㎞의 어둠 속에 샴페인 수천만 병이 잠들어 있다. 폭염이 사나울수록, 이 지하의 서늘함은 조용히 깊어질 뿐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포도밭 모습. 전세계인이 찾는 축배, 샴페인을 만드는 원재료인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사진=전형민 기자] 그늘을 골라 걸어도 소용없는 더위였다. 도시는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한낮의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상점들은 낮 장사를 포기하고 창문에 철제 블라인드를 쳤다. 황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살풍경을 지나 랭스 남쪽으로 조금만 향하면 곧 거대한 담장과 마주하게 된다.떼땅져(Taittinger). 1734년 문을 연, 샹파뉴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하우스다. 1차대전에 참전한 젊은 장교 피에르 떼땅져가 샹파뉴 전선의 성(城)에 머물며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고, 십수 년 뒤 대공황으로 매물이 된 하우스를 사들여 가문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그 가문이 하우스를 이끈다. 샴페인 양조장은 스스로를 와이너리라 부르지 않는다. ‘메종(maison)’, 집이다. 이들의 심장은 포도밭이 아닌 도시의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심장부로 들어가는 오래된 나무문은 평범했다. 무쇠로 된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 하나를 찾아 꽂고 여러 번 돌리자, 문이 열리고 어둠 속으로 이어진 계단이 나타났다. 몇 걸음이나 내려갔을까. 계단을 세는 일이 무의미해질 무렵 공기가 꺾였다. 목덜미의 땀이 식고, 서늘한 습기가 피부에 감겼다. 직전의 더위 때문이었을까. 평소라면 불쾌했을 축축함이 반가웠다. 이윽고 샴페인 하우스들이 지하에 숨겨둔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떼땅져 까브의 모습. 고대 로마인들이 백악 채굴을 위해 정 따위로 긁어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전형민 기자]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시간도 계단을 이룬다. 가장 깊은 층은 4세기 갈로로마 시대의 백악 채석장이다. ...
폭염도 전쟁도 닿지 못한 지하 30m, 그곳에서 여름이 샴페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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