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스 디코딩 시대… 성분-원가 따지는 소비자 잡아라

4 hours ago 6

[패션 NOW]
똑똑한 소비자, 브랜드 맹신 안해
바코드-성분표 암호 풀 듯 해독
원가와 적정 가격 따져 구매… 정보 공개하고 ‘가치’ 있어야 팔려

최근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 원가나 생산지는 물론 성분까지 분석해 구입할 만한 가격인지 판단하는 ‘프라이스 디코딩’을 적극 행하고 있다. 다이소 등에서 가성비 제품을 골라내는 데도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 원가나 생산지는 물론 성분까지 분석해 구입할 만한 가격인지 판단하는 ‘프라이스 디코딩’을 적극 행하고 있다. 다이소 등에서 가성비 제품을 골라내는 데도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과자 살 때 바코드를 확인해요.”

편의점과 마트, 온라인 쇼핑몰까지 외국산 과자를 파는 곳이 부쩍 늘었다. 얼핏 보면 전통 과자 같은 포장 디자인에 맛까지 좋아, 조금만 방심하면 국내산 신상 과자로 착각하기 쉽다. 원산지를 확인하려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같은 문구를 열심히 찾아보지만, 낱개 포장의 경우 외부 박스에만 표기되어 있어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마저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에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의 바코드를 확인한다. 바코드의 처음 세 자리 숫자가 국가코드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가령 ‘880’으로 시작하면 국산, ‘6’으로 시작하면 중국산, ‘3’으로 시작하면 프랑스산이다. 물론 일부 수입업체가 국내 유통을 위해 880 바코드를 붙이는 경우도 있어 바코드만으로 국산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바코드를 읽어낼 정도로 정보 탐색에 진심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소비자가 생산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브랜드가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유일한 단서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TV 광고에서 본 브랜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곧 좋은 브랜드로 인식했다. 하지만 다른 소비자의 구매 후기에서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탐색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품의 원산지, 성분, 효능까지 따지며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의 가치를 꼼꼼하게 검증한다.

이처럼 소비자가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행동을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 트렌드라 부른다. 디코드(decode)는 해독한다는 뜻으로 암호를 푸는 행위를 가리킨다. 즉, 프라이스 디코딩이란 합리적 소비자들이 원가·유통마진·브랜드 가치 등을 일일이 조사해 제품의 가격을 암호 해독하듯 풀어내 구매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현상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 원가나 생산지는 물론 성분까지 분석해 구입할 만한 가격인지 판단하는 ‘프라이스 디코딩’을 적극 행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올리브영. 동아일보DB

최근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 원가나 생산지는 물론 성분까지 분석해 구입할 만한 가격인지 판단하는 ‘프라이스 디코딩’을 적극 행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올리브영. 동아일보DB
이 트렌드의 수혜를 가장 톡톡히 받은 업종이 화장품 업계다. 과거에 소비자들은 ‘월급이 오르면 백화점 1층 화장품 브랜드를 사야지’ 하는 마음을 품곤 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브랜드가 곧 효능이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읽으며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 ‘레티놀’ 같은 핵심 유효 성분의 함량과 순도를 따진다. ‘화해’ 같은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으로 각 성분의 기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대략적인 ‘원가’를 가늠한다. 그러다 보니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라도 자신 있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패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이제 ‘100% 면’이라는 라벨에 만족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오가닉 코튼’이라면 친환경적일 것이라 짐작했지만, 이제는 고급 자재인 ‘수피마’ 원단을 사용했는지, 20수인지 30수인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브랜드가 어떤 태너리(가죽 공장)의 가죽을 사용하는지, 그 태너리가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지도 확인한다. 단순히 방수가 되는지에 그치지 않고, 특정 아웃도어 브랜드가 사용하는 ‘고어텍스’ 같은 방수 원단의 등급은 무엇인지까지 탐색한다. 이처럼 원재료의 ‘근본’을 따지는 행위는 브랜드가 씌워놓은 가격의 후광을 걷어내고 제품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려는 디코딩의 첫걸음이다. 소비자의 정보력이 커지고 브랜드 중심 구매에서 효용 중심 구매로 가치관이 변해감에 따라 기업들은 질문을 받고 있다. 브랜드만 강조해서 우리 제품이 잘 팔릴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만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강조하되 우리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탁월한 기술력인지, 독특한 디자인인지, 그동안 브랜드라는 단어 속에 뭉뚱그려졌던 가치를 좀 더 세분화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 시대의 소비자는 원가를 추정하는 회계분석가이자, 유통 구조를 꿰고 있는 전문가다. 이제 소비자가 던지는 “왜 이 가격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는 브랜드만이 성공할 수 있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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