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열리는 전시 중 가장 화제가 된 이벤트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 25’다.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서 개막한 이 전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이자 살아 있는 전설인 호크니의 70년 경력을 총망라한다. 11개의 방에서 약 400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1955년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회화와 드로잉, 무대 세트와 디지털 회화까지 모아 역대 호크니 전시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준비 기간만 2년 넘게 걸렸다.
이런 숫자만 화제가 아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파리 불로뉴숲에 지은 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열린 모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 게리는 “호크니의 그림이 건축물을 압도할 것”이라며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아르노 회장은 호크니의 초창기 작품부터 열정적으로 수집해온 인물.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의 스튜디오와 재단에서 소장한 작품 외에 전 세계 기관과 소장자에게서도 작품을 대여해왔다. 호크니 역시 전시 구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그린 초창기 작품인 ‘캘리포니아 드림’ 시리즈는 4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다. 호크니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만 해도 내가 여기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호크니가 전시 개막 1주일을 앞두고 단단히 화가 난 사건이 있다. 프랑스 정부가 호크니 전시 포스터를 파리 지하철에 걸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지난 2일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완전한 광기”라며 파리 교통당국이 포스터 사용을 금지한 것에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금지된 포스터는 호크니가 ‘연극 속의 연극과 담배를 피우는 나(Play within a Play and Me with a Cigarette)’(그림)라는 작품을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을 배경으로 한 채 작품 속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그 그림을 무릎에 얹은 모습. 그림 속 호크니도 한 손에 담배를 쥐고 있고, 사진 속 호크니 역시 담배를 쥐고 있다. 그는 “예술은 항상 표현의 자유로 가는 길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은 괜찮고 사진은 안 된다는 논리는 완전한 미친 짓”이라고 했다.
호크니의 흡연 습관은 유명하다. 하루에 100개비의 담배와 시가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54년부터 지금까지 (폐에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단 한 번도 금연한 적이 없다. 그는 “담배는 자유의 상징이자 우리 사회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기자간담회와 전시 오프닝 때도 시가와 담배를 번갈아 피웠다.
2012년 런던 로열아카데미에서 열린 개인전 ‘A Bigger Picture’를 준비하며 담배를 피운 일화도 유명하다. 어떤 이들은 이를 비판했지만 “나는 항상 이렇게 작업해왔다”고 일축한 바 있다. 2007년 영국 정부가 공공장소 흡연을 법으로 금지했을 때는 ‘Stop bosiness soon(갑질을 멈춰라)’이라는 배지를 만들어 뿌리기도 했다. 그가 등장하는 자료 사진 중 담배가 없는 사진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물론 호크니 포스터가 파리 지하철에 붙지 않는다 해도 전시의 흥행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 논란으로 전시가 더 흥행할지도 모른다. 전시 큐레이터인 노먼 로젠탈 경은 “광기가 지배한다. 한 세대를 살아온 예술가의 가장 위대한 전시 포스터가 이런 종류의 검열을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파리는 자유와 혁명의 역사를 가진 도시가 아니었는가”라고 탄식했다. 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