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40% 담았다더니”…경고 먹어도 지르고 보는 ETF 과장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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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40% 담았다더니”…경고 먹어도 지르고 보는 ETF 과장 광고

입력 : 2026.05.07 06:03

신한 ‘AI반도체톱2플러스’
하이닉스 비중 과대 포장
하나 ‘우주 항공 ETF’는
스페이스X 편입했다며 홍보

당국 “집중 점검 대상” 지목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챗GPT]

#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초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TOP10’을 전량 매도하고 그 돈으로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를 교체 매수했다. A씨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이 가장 크다는 설명을 보고 갈아타기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내 ETF시장이 순자산 4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열 마케팅’이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일부 상품은 과장 광고로 금융당국에서 경고를 받았음에도 자금 유입 면에서는 ‘흥행 성공’이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위험해도 짭짤했던 ‘과대 광고’

사진설명

6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로 535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올해 3월 17일 상장한 이 상품의 순자산은 9760억원으로, 상장한 지 한 달여 만에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이 상품이 출시될 당시부터 ‘수치 부풀리기’ 논란을 빚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이 실제로는 약 24%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를 40%에 달한다고 홍보했다. SK하이닉스의 지주사인 SK스퀘어를 포트폴리오에 담은 뒤 이를 ‘SK하이닉스 직접 노출처’로 환산해 표현한 결과다.

이후 계산 방식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치를 정정했지만 마케팅 효과는 발휘된 뒤였다. 상장 후 수익률이 38.7%에 달하는 호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경쟁 상품과 비교하면 마케팅의 힘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TIGER 반도체TOP10’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 비중(51%)이 신한자산운용 상품(44%)보다 높고 수익률(34%) 역시 준수하지만 같은 기간 미래에셋 상품에서는 약 1조4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신한자산운용은 이번 흥행이 우수한 상품 설계와 수익률 덕분이라는 입장이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한국 반도체 산업 트렌드를 포트폴리오에 가장 잘 반영한 상품”이라며 “반도체 ETF 중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기록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대포장 효과는 해외 우주항공 ETF에서도 목격됐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말 ‘1Q 미국우주항공테크’를 출시하며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를 편입했다는 식의 광고를 했다가 금융당국에서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흥행’이었다. 해당 상품은 올해 1~2월에만 5146억원을 끌어모으며 중소 운용사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최근 유사 상품 경쟁으로 유입세가 둔화했음에도 순자산 규모(5778억원)는 여전히 대형사를 제치고 해당 테마 내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7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무분별한 ‘종목 베끼기’가 근본적 원인

논란을 빚은 두 상품의 공통점은 전례 없는 ‘업계 최초’ 타이틀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설계만으로 승부할 수 있었음에도 무리수를 둔 배경에는 업계에 만연한 ‘포트폴리오 베끼기’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혁신 상품을 먼저 내놓고도 초반 선점에 실패하면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사에 고스란히 시장을 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과잉 마케팅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운용사들의 고분배율 경쟁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의 연간 배당률은 20.5%로 주식형 중 가장 높고, ‘KODEX 미국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19.5%)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 매수와 콜옵션 매도를 병행해 분배금을 확보하는 구조다. 운용사들은 ‘연 15% 수익 목표’ 등 문구를 앞세워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원금 깎아먹기’ 리스크를 경고한다. 분배율이 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면 원금을 헐어 분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 과정에서 이 같은 위험성을 누락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당국은 이를 ‘이익 보장’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부적절 광고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광고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우주·커버드콜·월배당 ETF 등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지목했다. TF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3분기 중 최종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개선이 진행 중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우회 광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운용사들은 유행성 상품으로 투자자를 단기에 유혹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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