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 아름다운 금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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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사진=ⓒ전명은, 문학과지성사) |
한강 작가는 지난해 12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여덟 살 때 쓴 시를 언급했다. 그는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자문했다.
한강 작가의 유년 시절에 쓴 시를 오는 24일 출간되는 신작 ‘빛과 실’(문학과지성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주요 서점에서는 23일부터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빛과 실’은 ‘빛과 실’은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아홉 번째 책이다. 제목과 동명인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작가가 2019년 생애 처음으로 ‘북향 방’과 ‘정원’을 지닌 집을 얻은 뒤 쓴 일기까지 12편의 글을 담았다. 한강 작가가 휴대폰으로 기록한 사진도 함께 수록했다. 유년 시절에 쓴 시 또한 사진으로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 중 노벨문학상 시상식과 관련된 것들은 수상자 강연 전문 ‘빛과 실’, 시상식 직후 연회에서 밝힌 수상소감 ‘가장 어두운 밤에도’, 노벨상 박물관에 찻잔을 기증하며 남긴 메시지 ‘작은 찻잔’ 등이다. 이와 함께 산문 ‘출간 후에’와 ‘북향 정원’, ‘정원 일기’, ‘더 살아낸 뒤’, 시 ‘코트와 나’,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소리(들)’, ‘아주 작은 눈송이’ 등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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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신작 ‘빛과 실’ 본문에 수록된 사진 중 한강 작가가 여덟 살 때 쓴 시. (사진=연합뉴스) |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글은 ‘북향 정원’, ‘정원 일기’, ‘더 살아낸 뒤’ 등 3편의 산문이다. 이 중에서 ‘북향 정원’은 한강 작가가 2019년 네 평짜리 북향 정원이 딸린 집을 산 뒤 정원을 가꾸며 경험한 일을 다루고 있다. 빛이 잘 들지 않는 북향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며 빛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과정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담았다.
“작은 ㄷ자 형태로 지어진 이 집은 바깥으로는 동쪽 창이 없다. 하지만 안쪽 마당을 바라보는 조그만 서고에는 있다. 햇빛은 가장 먼저 그 작은 동창을 비춘 뒤 성큼성큼 대문 안쪽을, 그다음엔 부엌 창을 비춘다. 남중한 태양이 비스듬히 쏘아내는 빛이 이윽고 마루에 가득 찰 때, 그 단호한 속력에 나는 매번 놀란다.” (‘북향 정원’ 중)
한강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눈에 띈다. 정원과 작업 공간, 기증한 찻잔 등을 담은 사진들이다. 표지 사진 또한 한강 작가과 촬영한 것을 사용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실린 사진은 유년 시절에 쓴 시를 담고 있다.
‘빛과 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신작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소설은 아니지만, 대신 시와 산문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더 깊이 엿볼 수 있다. ‘시적인 산문’이 잊고 지냈던 생의 감각을 일깨운다.
“희망이 있느냐고 / 나는 너에게 묻는다 //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 // 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희망은 있어” (한강 작가 ‘소리(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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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신작 ‘빛과 실’ 표지. (사진=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