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프로젝트'의 부활…기재부-한은, 국고보조금 누수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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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경제성장전략'서 블록체인 활용한 국고금 관리
'한강 프로젝트'서 실증한 '맞춤형 바우처' 플랫폼 활용
정부 지원금에 사용조건 넣고 사용 이력 추적도 가능
부정 수급·사용 차단 …"내년 상반기 중 시범사업"

  • 등록 2025-08-24 오전 6:00:00

    수정 2025-08-24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부가 국고보조금의 누수를 막는 등 효율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위해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관련 인프라와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했다. 한은이 시중은행들과 추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실거래 실험인 ‘한강 프로젝트’에서 입증한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화폐에 사용조건을 설정하는 것)’를 통해서다.

줄줄 새는 세금 막고 사용 이력도 추적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한국은행과 협력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효율적이고 투명한 국고금 관리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공적 바우처, 보조금, 출연금 등 민간 지급 자금 중 시범사업을 선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국고보조금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한은과 협력하겠다는 취지다. 국고보조금은 올해 기준 정부 예산의 16.7%인 112조 3000억원 규모다. 예산 효율화와 불필요한 지출 삭감 등으로 지출구조조정을 과감히 단행하겠다는 정부 기조에도 부합한다.

기존 국고금 집행은 은행 계좌 기반의 전산 시스템에 의존했다. 이에 △수작업 오류 △자금 흐름의 실시간 추적 한계 △보조금 남용·중복·유용 등의 위험 요소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부당한 방법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 적발된 횟수가 630건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이용하면 △보조금(지원금) 배분 △특정 품목·사용처 제한 △맞춤형 바우처 제공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화폐에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본래 의도에 적합한 목적으로 쓰이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국고금 관리 및 집행에 CBDC 플랫폼과 ‘통합 원장(unified ledger)’ 모델이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자금의 이동내역을 실시간 검증하고, 목적 외 사용을 자동 차단할 수 있다. 통합원장은 은행 예금, 중앙은행 화폐, 기타 디지털 자산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함께 작동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금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은측에 사업을 제시했다”며 “국고금이니만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현황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통화정책국장은 프로젝트 한강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시중은행 외면한 ‘프로젝트 한강’의 부활

국고금 관리에 기재부와 협업하게 된 것은 한은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시중 은행들이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한강 프로젝트 참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축적한 실증 경험과 인프라를 국고금 관리에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4~6월 CBDC 실거래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을 진행하면서 중앙은행을 매개로 한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사회보조금에 활용되는 맞춤형 바우처 제도를 통해 특정 품목에만 지출이 가능하도록 제한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부정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며 “세계적으로도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이 선진화된 한국을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 바우처 사업이나 보조금 집행 관련해 한은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강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지난 18~22일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진행된 관련 세션에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통화정책국장은 프로젝트 한강과 관련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로서 재정 지원금 배포용으로 아주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실바나 텐레이로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한강 프로젝트는 매우 유망한 해법”이라며 “완전한 민간도 공공도 아닌 형태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장점과 CBDC 안전 장치를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실장은 이날 한강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현 시스템으로는 바우처에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 수많은 코드 변경과 개발 프로세스가 필요하지만, 저희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몇 줄만 (코드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프로세스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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