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1년을 보냈다. 고객 중심으로 기관의 미션과 비전을 재정립하는 한편 새로운 긴장과 활력을 위해 혁신 및 소통에 주력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14년 전 농업 농촌 분야의 정보화, 교육, 홍보 기능을 통합해 출범했다. 이후 업무 가짓수가 계속 늘었다. 정책과 현장을 연결하지만 정작 정책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일한 사례도 있다. 국정 스펙트럼상 우열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농업정책(농정)만큼 복합적인 곳도 드문 것 같다. 법무·국방처럼 전문적 분야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와 복지, 과학과 건설 등 완결성이 특징이다. 민생과 직결돼 생산 및 소비의 국내외 현장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매년 1호 문건이라는 최우선 국정 과제를 발표한다. 2004년 이후 23년 동안 농업, 농촌, 농민 등 삼농(三農) 문제를 선정했다. 미국은 약 5년 주기로 농업법을 제정한다. 법(farm bill)이라고 하지만 사실 실무적인 집행 세칙을 정하고 예산까지 담기에 분량만 수천 쪽에 달한다. 유럽은 60여 년 전 출범한 공동농업정책(CAP)의 틀을 7년 단위 중장기 개혁을 통해 유지하고 있다. 혹독하던 초임 공무원 시절, 우리와 비슷할 것 같은 유럽 모델에서 희망을 찾고 싶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뒤 유럽에 있는 국제기구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6년 유럽연합 방문자 프로그램(EUVP)에 선발됐다.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의회 관계자를 만났다. 내 소개서를 기관에 회람시키면 그쪽에서 면담을 제안해왔다. 30대 한국 공무원을 만나자고 한 인물 중에 연구·개발(R&D) 담당 집행위원인 크리스티안 페이터만 박사가 있었다. 내 고민을 듣더니 “현장에 기초한 국제 공동연구 등을 통해 한국 농업도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농업이란 음식(food), 사료(feed), 연료(fuel), 섬유(fiber) 등 4F를 다루는 모든 산업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훗날 그는 EU의 바이오경제(bio economy)를 설계하게 된다. 바이오경제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농업, 임업, 수산업 등 생물자원, 바이오매스 산업을 육성하고 순환 경제 모델로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EU의 그린 딜, 즉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지침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농촌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 동시에 역내 방송과 미디어는 지역별 사례를 발굴해 확산할 의무가 있다.
농정은 내용뿐 아니라 어떻게 전달하고 집행하는지가 중요한 분야다. EU 공동농업정책(CAP)처럼 초국가 단위에서 정하되 회원국별로 집행하고 재검증하려면 책임과 권한이 분명해야 한다. 이 경우 지방정부는 농정이 없거나 최소화된다. 미국은 방대한 농무부 인력과 조직에 의존한다. 우리는 중앙과 지방, 여러 공공기관, 농협 등이 혼재한 모습이다. 농업 비중이 낮아지면서 집행 조직도 축소됐다. 농정 대전환을 준비하면서 한국형 추진체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 필요한 재조정 및 투자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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