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 몸담은 34년 동안 국가와 기업, 개인이 성장하며 만들어낸 대한민국 번영기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회 깊게 다가온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성장은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했기에 가능한 성취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간 공동체 중심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고, 그 유산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세대가 공동체적 가치와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갈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맞이한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가격 변동이나 투자 기회를 넘어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를테면 수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은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가격보다 편리성이 중요했다. ‘집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고, 그 결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도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러 상경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주택시장 과열로 수도권과 지방의 가격 격차는 심화하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간 균형도 무너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산 시장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 구조와 국민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다.
급변하는 자산 시장에서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본다. 첫째, 수도권 중심 주택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과 연계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부동산 개발, 맞춤형 금융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둘째, 고금리, 공급 지연, 불안정한 전세 시장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청년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금융 상품과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는데, 노인들이 여생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도록 연금형 주택금융, 실버타운 등 시니어 주거 수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서울 불패’와 ‘지방 소멸’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음 세대에게 행복한 도시와 건강한 사회를 물려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농촌과 도시, 수도권과 지방, 청년과 고령층이 함께 숨 쉬며 공존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함께 잘 사는 금융’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금융’의 역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