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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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오답노트

학창 시절, 필자는 나름대로 공부를 꽤 열심히 한 학생이었다. 그랬던 필자가 기른 필자만의 ‘공부 비법’이 있었는데, 오답 분석이다. 열혈 남학생의 패기로 오답 노트까지 만들진 않았지만, 나름 꼼꼼하게 내가 틀린 문제들의 유형, 틀린 이유를 분석하고 복기했다. 이 과정을 고치고 나면 다시 비슷한 문제를 접하게 되더라도 유의미하게 틀릴 가능성이 낮아진다. 시간 대비 효과가 좋은 공부 방법이어서 학창 시절 내내 애용했다.

사회에 진출하고, 정치에 발을 디딘 이후에도 이 습관은 유지하고 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패배를 예방하는 효과뿐 아니라 닥친 실패를 이겨내는 데 심적으로도 큰 위안이 돼줬다. 계속되는 삶 속에서 실패로부터 무결할 수는 없기에 학창 시절 얻은 이 소중한 습관은 필자의 정신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6·3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다. 많이들 예측하시던 결과다. 대통령 후보를 낸 정당에 속한 필자로선, 자연스럽게 이준석 후보의, 그리고 개혁신당의 선거 성적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소기의 성과도 있었던 결과지만, 아쉬운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필자의 머릿속에 당장 떠오르는 답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탐문 중인 질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자문(自問)했던 질문에는 “무엇을, 어떻게 달리 해야 했나”도 있다. 비슷한 질문이지만, 알아내고자 하는 점은 조금 상이하다. 전자는 말 그대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질문이지만, 후자는 인과 관계를 따진다.

정치처럼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간 관계성에 영향을 받는 분야도 드물다. 정치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의 조정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필자는 더욱 두 번째 질문에 할애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길게 하고 있다.

필자만의 반성과 고민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더 다양한 이야기와 여러 전문가, 일반인의 분석과 따끔한 비판을 들어야 할 시기다. 이참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이번 대선 전반과 필자가 속한 정당의 ‘선거 성적표’에 대해 날 선 비판과 분석을 듣기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필자가 공을 들이는 건 소위 ‘반대’ 진영으로 분류되는 분석가 섭외다. 문제의 정확한 진단과 해결 방안 마련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에서의 검토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해내지 못한 오답 노트 만들기 습관을 필자의 자녀에게 심어줄 수 있을까. 적어도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습관은 꼭 길렀으면 하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바람이다. 원래 자기가 하지 못한 걸 자식이 하길 바라는 마음이 부모의 욕심이라 했나, 머쓱한 마음도 든다. 이 글을 맺으면서 필자가 열심히 기획 중인 23일 행사 ‘우리는 길을 찾거나, 만들 것이다-개혁신당 대선 평가 세미나’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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