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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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석촌호수에 벚꽃이 활짝 핀 4월 초 어느 저녁, 증권사 지점장들과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 근처 식당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함께했다. 시장 활황 덕분인지 지점장들의 표정은 밝았고, 업무는 물론 살아가는 이야기가 벚꽃처럼 만개했다. 많은 지점장이 지점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의 사정을 전하며, 이른바 ‘행복한 고충’을 털어놨다. 한편으로는 인근의 한산한 은행 지점을 보며 오랜 지점 생활 속에서 느낀 변화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이제 대한민국도 저축에서 투자로 시대가 전환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평생 저축만 해오신 부모님이 ETF를 묻고, 연락이 끊겼던 선후배들이 투자에 관해 상담을 요청한다. 증권사 지점에는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이나 오랫동안 은행에 묵혀둔 예금을 해지해 ETF에 투자하려는 고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화폐 가치 하락 속에서, 이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과거에는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본업의 소득만으로 충분한 자산을 형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산의 가치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투자가 요구되는 시대다. 필자는 운 좋게도 ETF가 아직 낯설었던 2007년, 회사 선배의 제안으로 ETF 업무를 시작해 약 20년째 이 분야에 몸담고 있다. 당시를 떠올리면, ETF 시장 규모가 400조원을 넘고 상장 상품 수가 1000개를 넘어선 지금의 모습은 쉽게 실감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ETF를 잘 모르거나 투자를 시작하지 않은 잠재적 투자자가 많다. 세계 최대 ETF 브랜드인 아이셰어즈(iShares)의 초기 운용사였던 BGI(Barclays Global Investors)가 ETF를 ‘복음주의(evangelism)’에 비유했던 것이 떠오른다. 전체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저비용 ETF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라는 메시지를, 널리 전파해야 할 하나의 신념처럼 표현한 것이다. 우리 시장이 400조원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그 메시지가 필요한 투자자가 많다는 점에서 깊은 사명감을 느낀다.

시장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우량주에 분산된 저비용 ETF에 꾸준히 투자하고 시장의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으며 장기간 머무는 것. 이것이 평범한 투자자가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한경 에세이의 필진으로 본업과 다른 글쓰기의 고통을 진심으로 즐겼다. 투자 수익이 고통의 대가이듯, 혹시라도 부족한 글을 통해 도움을 받은 분이 있다면 그동안 느낀 창작의 고통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TIGER ETF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투자자의 평안한 노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그동안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즐거웠던 봄날의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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