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조업 경쟁력 '연결'에서 갈린다

1 week ago 10

[한경에세이] 제조업 경쟁력 '연결'에서 갈린다

내가 커리어를 시작한 1990년대 정보기술(IT)은 주로 은행, 보험, 정부의 거래 처리를 위한 중앙집중형 시스템 구축과 운영 효율 개선 도구로 활용됐다. 이후 데이터베이스,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기술 발전을 거치며 IT는 기업 경영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제조업에서도 IT와 운영기술(OT)의 융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설계·생산·서비스 등 기능별 최적화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트윈’과 ‘디지털 스레드’를 기반으로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지면서 예측과 최적화, 자율 제어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나는 IBM과 오라클에서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기술을 공급하며 대규모 조직의 복잡한 업무를 자동화해 이를 경영 성과로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후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에서 제조업을 접하며 설계·생산·운영이 분절돼 있고 IT와 OT 간 단절 또한 크다는 현실을 확인했다. 자동차산업만 보더라도 보디, 새시, 엔진 등 물리적 기구 설계와 자율주행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 설계·개발이 별도로 이뤄지면서 신차 출시 기간이 경쟁 기업에 비해 뒤처지는 실정이다. 조선과 항공 분야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지 못하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내가 현장에서 체감한 것은 개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 과정에 걸친 데이터와 프로세스가 연결되지 않으면 기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연구개발과 생산이 단일 데이터로 이어지는 디지털 스레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야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미래 제조업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IT와 OT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설계, 해석, 생산, 운영 전 영역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간 협업 구조와 데이터 흐름을 하나로 묶는 운영 체계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 ‘타임 투 마켓’을 단축하는 전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는 이 같은 협업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도입했는가’보다 ‘이를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업에서는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이 곧 경쟁력인 만큼, 경영진이 이를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명확한 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영진, 엔지니어링 조직, IT 조직이 긴밀히 협업할 때 비로소 디지털 전환이 완성된다. 앞으로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 실제 산업에서 어떤 가치로 전환되는지에 관한 실행 방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