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일본)=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6년 새해의 설렘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본 오사카 하나조노 럭비 경기장. 최대 2만8000 명을 수용하는 이 경기장 관중석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명한 프로 스포츠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하는가 싶지만, 이 무대의 주인공은 고등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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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고교 럭비의 성지 하나조노 경기장.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이석무 기자(오사카) |
이 상징적인 무대에 올해는 색다른 방문객들이 함께했다. 바로 ‘제2회 OK 읏맨 럭비 아카데미’에 참가한 한국 중학교 럭비 선수와 지도자 40명이다. 이들이 마주한 하나조노의 첫인상은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경기장 전체를 가득 채운 응원, 선수들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는 관중들의 시선, 승패와 관계없이 이어지는 존중의 장면들이었다.
하나조노 럭비 경기장은 일본 고교 럭비의 성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일본 전역 800여 개 고교 럭비팀이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단 56개 팀 만이 도전하는 최대 규모의 학생 스포츠 대회다. 세계적인 강호로 자리매김한 일본 럭비 문화의 뿌리다.
이 무대에는 한국 럭비의 역사도 깃들어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한국 선수들이 이곳에서 일본 팀들을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재일동포 선수들로 구성된 오사카조선고급학교(오사카조고)는 2009년과 2010년, 2021년 세 차례나 이 대회 4강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오사카조고 선수들의 스토리는 2014년 개봉한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에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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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럭비 경기를 펼치는 일본 럭비 선수들. 사진=이석무 기자(오사카) |
하나조노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2만8000석.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더 놀라운 것은 자유석의 경우 한 경기가 끝나면 관중들이 대거 퇴장하고, 다음 경기를 보려는 관중이 다시 입장하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루 동안 경기장을 찾은 자유석 관중의 누적 인원만 약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 운영과 중계 환경 역시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하나조노 대회는 방송사 ENG 카메라 16대를 투입해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마치 프로스포츠 중계처럼 선수 개인의 움직임과 전술 흐름, 교체 상황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ENG 카메라 1대로 경기장 전체를 비추는 수준의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제24대 집행부 시절 개최된 ‘코리아 슈퍼 럭비리그’는 ENG 카메라 8대를 운용하며 체계적인 중계 환경을 구축했다. 당시 럭비인들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럭비 중계를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암울했던 과거로 돌아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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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치열한 경기를 치른 일본 고교럭비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오사카) |
하나조노 경기장 안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은 선수들의 태도였다. 일본 고교 선수들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질 때마다 사이드라인에서 경기장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승패와 무관하게 상대 선수와 관중들에 존중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일본 럭비가 태도와 인성을 중시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OK 읏맨 럭비단이 이번 아카데미의 첫 해외 견학 무대로 하나조노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럭비가 한 사회 안에서 어떻게 존중받고 성장하는지 직접 느끼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참가 학생들은 하나조노 전국대회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교 럭비가 어떤 준비와 경쟁 속에서 완성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했다.
선수들은 일본 현지 중등부 팀과 합동 훈련 및 일본 프로 리그원 소속 하나조노 킨테츠 라이너스의 훈련을 참관할 계획이다. 훈련장 분위기와 코칭 방식, 팀 운영 전반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럭비를 대하는 태도와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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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K 읏맨 럭비단 지원으로 일본 하나조노 대회를 견학온 한국 중학생 럭비 선수들이 경기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오사카) |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 학생들도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천 G스포츠 소속의 이동환(16)군은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기를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팀 소속 손재준(16) 군 역시 ”고등학교 형들의 경기를 보니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무진중 럭비부에 속한 장수호(15) 군은 ”고등학교 형들의 경기를 보며 언젠가는 저도 이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같은 팀의 배시후(15) 군도 “패스 하나, 럭 하나가 곧바로 트라이와 승부로 이어진다는 걸 느꼈다”며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진도중 오우리(14) 군은 “나중에 나도 일본에 와서 경기를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으며, 같은 팀 친구인 박서우(14) 군은 “일본 선수들의 색다른 플레이를 한국에 돌아가 꼭 활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는 한국 럭비의 미래를 이끌 학생 선수들에게 ‘진짜 럭비’를 전하겠다는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성적과 결과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인내·협동·희생으로 이어지는 럭비의 기본 가치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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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오사카) |
현장에서 만난 OK읏맨 럭비단 구단주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키워드는 ’우리는 왜 럭비를 하는가‘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한국 럭비는 성과와 결과를 향해 달려왔지만, 선수들이 럭비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가치를 얻는지는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럭비가 가진 더 넓은 의미를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OK 읏맨 럭비단은 중등부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고등학교나 대학교 선수들로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관중 5만 명이 하루를 채운 하나조노의 풍경은 진지한 명제를 던진다. 스포츠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느냐에 따라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하나조노에서 한국 럭비 꿈나무들이 마주한 것은 스포츠를 만듥소 세우는 순수한 열정이었다.

4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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