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극단적 기상현상 갈수록 더 심해질 듯
기후 변화에 전 세계의 식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가 주도한 연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연구는 “수십 가지 기후 극단 현상이 식품 가격의 급격한 급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환경적 충격에 대한 식품 시스템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온난화로 식품 수확량이 줄어들고 덩달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유럽의 올리브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50%나 급등했는데, 2022년과 2023년 스페인 남부에서 장기간 가뭄이 발생한 탓이다. 인도에선 지난해 5월 폭염으로 양파 가격이 89% 올랐고, 한국에선 여름철 기록적 더위로 양배추 가격이 70% 올랐다.
일본에선 8월 폭염 이후 쌀 가격이 48% 올랐고, 중국에선 채소 가격이 30%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뭄이 일어나자 애리조나 채소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막시밀리안 코츠 슈퍼컴퓨팅센터 수석 연구원은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된 기상 현상 중 다수가 역사적 관점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안정적 기후에서 예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품 가격 급등은 극심한 기상 현상이 발생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나타나는 경우가 잦았다. 코츠는 “우리는 극단적 기상 현상이 30~40년 전에 비해 이미 더 강렬하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한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식품 공급망이 이어져 있는 만큼 가격 상승 현상도 동시에 일어난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가뭄으로 코코아 가격이 오르면 영국의 초콜릿 가격이 급등하는 식이다.
특히 영국 등 수입 식품에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해외 기후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식품 가격 급등은 전체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 6월 영국 물가상승률이 3.6%로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는데, 식품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코츠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고, 주된 원인이 식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