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은 차분하다' 편견 부수는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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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춤은 차분하다' 편견 부수는 '스피드'

한국 전통 무용을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하얀색 소복을 입은 무용수가 구슬픈 대금 소리에 맞춰 느릿느릿 팔을 휘젓는 모습이다.

서울시무용단 신작 <스피드>는 한국 무용이 '차분하고 느리다'는 편견을 거부하는 무용극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연의 주제는 '속도'다. 한국 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속도감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이 의지는 악기 구성에서 드러난다. 우리 전통 악기인 장구와 드럼, 전자음악으로 꾸려졌다. 맑고 날카로운 장구 소리에 몽환적인 전자음악과 드럼의 강렬함을 조합한 시도다.

'한국 전통춤은 차분하다' 편견 부수는 '스피드'

무대에는 가운데가 잘록한 모래시계 형태의 조형물이 올려져 있다. 시간을 형상화하는 장치이면서 이번 공연의 핵심 악기인 장구를 반으로 가른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은 6개의 장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무대는 2인무부터 14명의 군무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채워진다. 안무도 부드럽고 유연한 몸짓과 장구 소리에 맞춰 무용수들의 관절이 탁탁 꺾이고 튕기는 격렬한 움직임 사이를 오간다.

'한국 전통춤은 차분하다' 편견 부수는 '스피드'

무용수들의 몸은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부드러워졌다 단단해지기를 반복한다. 아이들 놀이인 '참참참'을 안무로 표현한 장난스럽고 밝은 장면이 나오다가도 공연장을 울리는 장구와 드럼의 강한 비트 소리가 빠른 박자로 치닫자 무용수들이 몸을 이리저리 꺾는 격렬한 순간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 인간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속도를 모두 체험하는 시간이다.

'한국 전통춤은 차분하다' 편견 부수는 '스피드'

바닥에 깔린 LED 화면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맞춰 한 편의 미디어아트 작품처럼 펼쳐진다. 무대 가운데 하얀 길이 생기면 무용수들이 패션쇼의 런웨이처럼 그 길을 따라 춤을 추고, 바닥 위에 그려진 동그라미가 물웅덩이 위에 기름방울처럼 무용수의 발에 맞춰 휘어지고 퍼지기도 한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한마디의 대사 없이 속도를 표현한 공연. 작품에 숨겨진 의미나 안무에 담긴 상징을 세세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부드럽고 차분하게 몸을 흐느적거리다가 장구 소리에 격렬하게 흔들리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공연은 오는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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