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때문"에…블랙록·뱅가드 신흥시장ETF 희비엇갈려

2 weeks ago 24

블랙록의 한국들어간 MSCI신흥시장 ETF 수익률은 급증
뱅가드는 한국 빠진 FTSE 신흥시장지수 추종해 성과 뒤져
추종지수별 ETF성과 격차에 한국 선진시장 신흥시장 논란도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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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선진국 경제인지 신흥시장 경제인지 서로 다른 분류 기준만으로 미국의 최대 운용사들인 블랙록과 뱅가드의 이머징마켓 ETF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한 MSCI지수를 추종한 블랙록 ETF는 1년간 40%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FTSE 이머징 지수를 추종한 뱅가드 이머징 펀드의 수익률은 절반에 그쳤다. 이는 시장 집중도가 수익률을 왜곡할 수 있는 시대에 '설정 후 잊어버리는' 투자 방식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준다.

현지 시간으로 6일 블룸버그는, 한국이 선진국 경제인지 신흥 시장 경제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으로 인해 블랙록과 뱅가드가 운용하는 신흥시장 ETF 간의 성과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1,5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의 아이셰어 코어 MSCI 이머징마켓ETF(티커:IMEG)는 6월말 기준 12개월 수익률이 거의 40%를 기록했다. 반면 뱅가드의 이머징마켓 ETF인 뱅가드 FTSE 이머징마켓 ETF(티커: VMO)는 같은 기간동안 수익률이 절반에 그쳤다. 이 두 펀드의 수익률 차이를 가른 것은 한국 시장의 포함 여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주도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1년간 170% 이상 급등했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MSCI이머징 지수를 추종하는 블랙록의 신흥시장 ETF는 한국 증시의 상승률이 반영돼 반기동안 40%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약 1,200억 달러 규모의 뱅가드 FTSE 신흥시장 ETF는 FTSE 러셀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데, 이 지수에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FTSE 러셀 지수는 미국외 선진국에 한국 시장을 포함하고 있다. FTSE의 미국외 선진시장지수에서 한국의 비중은 6.7%이다.

오션 파크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 제임스 세인트 오빈은 "투자자가 매수 종목을 고를 때 기초지수가 어느 곳에 투자하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한국 주식은 지난 1년간 MSCI 신흥시장 지수 상승분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신흥시장 지수내 비중도 대만(27.3%)에 이어 한국은 23.7%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FTSE 신흥시장 지수는 한국이 제외됨에 따라 중국과 인도 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 두 나라는 지난 1년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조적으로 미국외 선진시장에 한국을 포함하고 있는 FTSE 미국외 선진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의 미국 외 선진국 ETF는 블랙록의 경쟁 펀드보다 8%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중은 적지만 지난 1년간 세계 증시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한 한국 시장의 수익률도 영향을 미쳤다.

뱅가드는 "한국은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선진 시장과 연관 짓는 경제적 성숙도, 규모, 유동성 등의 핵심 특징을 충족한다"며 FTSE의 선진시장 지수와 이머징마켓 지수의 분류 기준을 지지했다.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여부를 둘러싼 두 지수 간의 의견 차이는 FTSE 러셀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2009년 이후로 줄곧 존재해 왔다. 최근에 문제가 부각된 것은 인공지능(AI) 랠리와 급격한 주가 상승세로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대상이 됐으나 추종하는 지수에 따라 펀드 수익률에 큰 편차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사례가 패시브 펀드에서 벤치마크 선택이 수익률에 미치는 큰 영향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향후 스페이스X와 같은 초대형 IPO 기업의 지수 편입 여부나 편입 시점에 따라 펀드에 대해 더 큰 규모의 지수 분쟁을 예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운용사인 파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신흥 시장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과거 성과 차이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블랙록의 ETF 대신 뱅가드의 VWO를 선택했다. 그러나 성과 격차가 벌어지자, 지수 구성 요소를 살펴본 후 3월에 신흥 시장이 하락했을 때 뱅가드 ETF의 절반을 블랙록 펀드로 교체했다.

한국 증시는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ETF의 과열로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 한국 시장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시장의 분류에 대한 논쟁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1조 8천억 달러(약 2,7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MSCI는 한국의 원화 거래 제한을 한국의 선진 시장 분류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꼽고 있다. 그러나 FTSE 러셀은 한국이 고소득 경제국이라는 점이 시장 접근성 부족이라는 단점을 상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록의 IEMG는 6월 30일로 끝나는 12개월 동안 220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이는 뱅가드 ETF의 두 배에 달하는 유입액이다. 이러한 우수한 성과와 자금 유입 덕분에 IEMG의 자산 규모는 경쟁 펀드보다 3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불과 2025년 2월까지만 해도 두 펀드의 규모는 거의 비슷했다.

블랙록은 한국의 반도체 주도 상승세가 올해 신흥 시장 성과에 크게 기여하면서 “투자자들이 IEMG를 미국 외 지역으로의 분산 투자 수단이자 미국 기술주에 대한 대안 AI 투자처로 활용하면서 고객 수요가 견조했다"고 말했다.

코즈웨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라이언 마이어스 는 "투자자들이 한국이 여전히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투자자들 다수가 MSCI 벤치마크를 추종한다면서 “한국이 포함된 덕분에 올해 전체 지수와 신흥시장 관련 상품의 절대 수익률이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FTSE 러셀도 지수 이용자들이 한국을 선진 시장으로 지정하는 것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분산 투자를 추구할 경우 벤치마크에서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MSCI월드 지수와 FTSE글로벌 주식지수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각각 3% 정도이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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