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키니(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한글로 내 이름이 올라가다니 자랑스럽다. 이걸 읽을 수 있도록 김시우에게 한국어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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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트로피 들고 기념 촬영하는 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90만 달러)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한글 트로피를 받고 유쾌하게 소감을 밝혔다.
셰플러는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합계 31언더파 253타로 우승한 뒤 한글 트로피로 역대 우승자들의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받았다. 셰플러의 자리에는 아직 ‘2025년 챔피언’이라고 적혀 있고, 한국에서 금으로 ‘스코티 셰플러’라고 글씨를 작업한 뒤 다시 셰플러에게 보내줄 예정이다.
셰플러는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트로피가 정말 멋지다. 여기에 내 이름이 올라가다니, 자랑스럽다. 김시우 선수한테 이걸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를 좀 배워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 셰플러는 한국 그룹인 CJ가 이 대회를 후원하는 것에 대해 고맙다고도 말했다. 셰플러는 “이 대회는 나에게도 지역 사회에도 큰 의미가 있다. CJ가 이 대회를 후원하면서 댈러스 세일즈맨십 클럽과 훌륭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이 대회와 PGA 투어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셰플러는 이번 대회 선수들에게 제공된 ‘플레이어스 다이닝’을 통해 CJ의 ‘비비고’ 제품 등 한식들을 먹기도 했다. 특히 2라운드에서 악천후 때문에 6시간 이상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릴 때 “음식이 계속해 나와서 밥을 많이 먹으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금요일에 몇 접시 먹은 것은 맞는데, 그 사실을 굳이 모두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농담하자 기자실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셰플러는 “음식은 정말 맛있었고, 일주일 내내 20명 가까운 셰프들이 고생해줬다고 들었다. 쇼트립과 야채, 그릴드 치킨, 닭강정 등 치킨을 다양하게 먹었다. 치킨을 정말 많이 먹은 것 같은데, 어쨌든 너무 맛있었다”고 밝혔다.
댈러스에 사는 셰플러는 댈러스 근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무자비한’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기록, 최종 합계 31언더파 253타를 기록하며 PGA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단독 2위 에릭 판 루옌(남아공)을 무려 8타 차로 제친 무자비한 우승이다.
셰플러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제패를 포함해 PGA 투어에서 7승을 휩쓸었고, 파리올림픽 금메달,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이벤트 대회 우승 등 한해에 9승을 기록하는 비현실적인 시즌을 보냈다. 현대 골프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교할 수 있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말 손바닥 부상 때문에 올해는 4개월이 지나도록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이 대회는 그가 11년 전인 고등학생 시절, PGA 투어의 꿈을 품고 처음 출전한 대회였다. 그의 누나가 캐디백을 들어줬다. 지난해 첫 아들 베넷의 출산이 임박해 이 대회 출전을 급하게 취소했던 셰플러는 이날 우승 후에는 18번홀 그린 옆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 메러디스와 아들 베넷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베넷을 안고 인터뷰에 응한 셰플러는 “이 대회는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순간을 위해 평생의 노력과 희생을 쏟아부은 것 같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셰플러는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트루이스트 챔피언십은 건너 뛰고 15일 개막하는 시즌 2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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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셰프들과 함께 기념 촬영한 셰플러.(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