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컬 리바이브’. 국내에 ‘블루 아카이브’나 ‘승리의 여신: 니케’같은 기라성 같은 미소녀 게임들이 포진된 상황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성과를 이뤄낸 토종 서브컬처 게임이다.
광고 없이 순수한 입소문만으로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으며, 특히 출시 1주년 이벤트가 시작된 지난 2024년 9월 26일부터는 일 매출이 급증하여 20일간 450만 달러(약 6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6위까지 매출 순위가 올라온 바 있다.
현재 ‘인기 게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컬레버레이션(이하 콜라보)을 진행하며 성장하고 있으니, 가히 ‘중소 게임의 반란’이라 여겨질만하다. 7개월이 지난 지금의 에피드 게임즈는 어떠할까,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 가서 한정현 대 표와 심정선 부사장을 만났다.“진짜 내일 죽더라도 후회 없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두의 반대를 만류하고 창업을 했죠.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구축한 ‘트릭컬 리바이브’의 세계는 제게 있어 제2의 삶이나 마찬가지죠.”
한정현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냅다 맨땅에 헤딩을 했다고 했다. 원래는 신중한 성격인데, 게임 개발사 창업 때는 뭐에 홀렸는지 마구 일을 저질러 버렸다는 것.
초반에 개발 미숙으로 전체 환불을 해준 적도 있고, 또 다양한 문제나 구설수에 시달리는 등 풍전등화 같은 시기도 있었지만, 한 대표 체제의 에피드 게임즈는 이를 잘 극복하고 현재까지 왔다. 한 대표는 “운이 좋았다”라고 설명했지만, 독특한 감성과 캐주얼한 게임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 그리고 게임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서게 해 줬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제가 고객분들의 댓글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나’ 라며 기대하시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말이 저희 개발사의 성격을 반영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저희는 소위 ‘약 빤 듯한 B급 감성’을 추구하는 회사, 재미만 있다면 뭐든지 하는 회사가 모토였거든요.”
심정선 부사장은 ‘트릭컬 리바이브’를 구상할 때부터 B급 감성과 함께 가볍게 즐기는 게임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던졌다. 심 부사장의 말을 듣고 보니 ‘트리컬 리바이브’가 인기를 얻은 비결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쁘고 섹시하거나 청초함이 무기인 타 서브컬처 게임사와 달리, ‘트릭컬 리바이브’의 캐릭터들은 모두가 튼실한 볼을 흔들고 눈을 깜박이며 이용자들을 맞이한다. 또 부산스럽기 그지없다. 스마트폰 게임 화면에는 늘 시끄럽고 우당탕쿵쾅, 백치미가 넘친다. 흡사 유행하는 밈을 보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묘한 매력이 넘쳐흐르면서 이용자들은 좀처럼 ‘트릭컬 리바이브’의 캐릭터들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캐릭터를 보며 게임을 즐기고 있으면, 곧이어 어마어마한 업데이트가 찾아온다. 그렇게 되면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저는 게임의 성장 동력이 꾸준한 ‘재투자’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래서 매주 업데이트를 기본으로 하고 있죠. 개발자분에게 부담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대신에 그만큼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게임은 개발자들의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한정현 대표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연료를 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직원들을 챙기고, 대신 직원들에게는 더욱 고객을 생각하며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그러한 한 대표의 방침은 조금씩 게임 이용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얘네들이 진심으로 하고 있구나, 단지 실력이 모자란 거지.. 사람을 뽑아서 앞으론 잘하겠지’라는 커뮤니티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통 2년 된 게임은 신입이 고인 물들을 따라잡기가 힘들잖아요.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물론 곧바로 몇 년을 플레이한 이용자들과 동일선상에 오를 순 없겠지만, 같은 그룹에는 들 수 있어요. 또 완전 무과금 고객분들도 캐릭터를 다 모을 수도 있게 되어 있고요.”
심정선 부사장은 에피드 게임즈의 철학이 ‘페이투윈’이 아니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 게임을 서비스하고 개발자가 늘어난 만큼 과금 모델이 제시되긴 했지만, 필수가 아니며 무과금 이용자들도 노력만 하면 캐릭터를 모으거나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페이투윈의 과금보다, 심 부사장은 오히려 ‘트릭컬 리바이브’ 내 등장인물에게 녹아있는 다양한 스토리 라인에 주목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즌 1은 등장인물 소개 정도였지만 시즌 2부터는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더 깊숙한 얘기와 함께 등장인물들의 갈등도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달콤 짭짤한 쉼터 같은 스토리들도 준비되어 있으며, 스토리를 다 즐기려면 100시간으로도 부족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저희는 아직 미숙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즐겨주시는 고객분들에 대한 마음만은 늘 진심입니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해나갈테니 지켜봐주세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초췌한 얼굴과 퀭한 눈. 그 모습을 보니 서브컬처 게임의 거인(巨人)으로 불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한 대표의 말처럼, ‘트릭컬 리바이브’가 앞으로도 게임 이용자들과 함께 쑥쑥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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