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을 상대로 한 LS와 한진의 동맹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LS는 16일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교환사채(EB) 650억원어치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은 인수하는 EB를 2030년까지 LS 주식 38만7365주로 바꿀 수 있다. LS 주식 수의 1.20%에 해당한다. LS는 “조달 자금을 2022년 산업은행에서 차입한 1005억원(9월 만기)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LS가 확보한 현금으로 한진칼 지분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는 두 그룹이 지난달 25일 동반 성장,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맺은 업무협약(MOU)의 연장선상 성격이 짙다. 항공우주산업 등의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두 그룹이 모두 호반그룹과 껄끄러운 관계인 만큼 공동 대응 차원에서 동맹을 맺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호반은 지난 12일 한진칼 지분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늘리며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20.09%)을 위협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진칼은 주식시장에서 사흘 연속 상한가로 직행했다.
조 회장 측은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더해 한진칼 지분 약 46%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호반 측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칼도 15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자사주 0.66%를 출연하며 의결권을 되살렸다. 한진칼이 사내 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면서 호반그룹과의 지분율 격차는 약 2.3%로 벌어졌다.
한진 입장에선 우호세력 확보가 시급하다. LS가 한진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LS가 발행한 EB로 확보한 현금으로는 한진칼 주식 0.79%(이날 종가 12만2700원 기준)를 매입할 수 있다.
LS 입장에서도 호반을 상대로 한진이라는 우군을 확보하게 된다. LS 핵심 계열사인 LS전선과 호반그룹 계열사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특허 침해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호반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LS 지주사인 ㈜LS 주식 3%를 사들이며 주요 경영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과 LS그룹이 우호 지분을 교환하는 형태로 방어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며 “MOU를 맺은 뒤 나온 첫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두 그룹 간 추가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채연/김보형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