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이란, 핵무기 못 만들어”
핵개발 역량 검증이 쟁점으로
전 세계가 주목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간 미사일 공방전이 막을 내렸다. 전쟁 원인이던 ‘이란 핵’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중동 지역 평화 달성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오만에서 열리려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취소된 이란과 미국과의 6차 핵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라늄 농축 중단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란의 태도는 전쟁 전후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휴전은 군사 충돌 중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란의 핵물질 보유·검증 등이 향후 핵 협상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힘을 통한 휴전’을 이끌어낸 미국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버스터 폭격으로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이를 확인한 적이 없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폭스뉴스에 “이란 방공 체계는 완전히 파괴됐고, 전통적 미사일 프로그램도 대부분 파괴됐다. 그들의 핵프로그램도 완전히 제거됐다”며 “이란은 더는 싸움을 계속하고 싶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강조하면서 추가적인 무력분쟁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주요 핵시설 공습 전 이들 핵시설을 오간 트럭들의 모습이 위성사진에 공개되면서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다른 장소로 미리 빼돌렸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히려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의지를 더 키웠다는 반론이 나온다. 군 지휘부와 핵 과학자들이 단숨에 목숨을 잃고, 미국의 가공할 만한 군사자산의 힘을 본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농축 우라늄이 ‘크고 강력한 용기’에 보관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포착될 경우 양측은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2명의 이스라엘 관리도 뉴욕타임스(NYT)에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긴 했지만,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다”며 “공격 직전 우라늄과 민감한 장비를 포르도 시설 밖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IRIB 국영 방송도 미국의 공습 전 우라늄 농축 저장고를 다른 곳에 옮겼다고 전했다.
이란은 서방 세계와의 협상보다 독자적인 핵 개발 노선 추진 준비에 들어갔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본회의까지 가결되면 IAEA의 핵 시설 내 감시 카메라 운영과 사찰 활동, 보고서 제출 등이 모두 중단된다. 핵 사찰이 중단되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과 원심분리기 개발 현황, 핵물질 재고 등을 파악할 방법이 없어진다.
카네기 국제평화 재단의 제임스 액턴 핵 정책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는 폴리티코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핵 의지를 더욱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핵 관련 지식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이란은 몇 년 안에 핵프로그램 전체를 재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공개된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행동계획)를 되살릴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