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속 미망 아닌 펄떡펄떡 희망 숨 쉬는[여행스케치]

2 days ago 7

전남 해남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 충무공은 이 좁은 바다에 13척 배를 띄우고 빠른 썰물과 함께 적선 133척을 침몰시켰다. 희망이 현실이 된 곳이다.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북위 34도 17분 32초. ‘더는 갈 곳 없는’ 땅끝이다. 중천에서 일몰로 더 기운 태양이지만 서해 낮은 하늘에서 눈 시리게 빛난다. 손차양해서 바라본 오른쪽으로 아련하게 거북 등 같은 섬들 점점이 늘어섰다.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죽굴도….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백일도와 흑일도가 좌우로 나란히 가깝게 보인다. 그 너머 노화도와 보길도가 어렴풋하다. 한반도 육지 맨 끝인데 묘하게도 서해와 남해가 이 지점에서 만나 한데 섞인다. 더 이상 서쪽 바다, 남쪽 바다로 갈리지 않는다. 새로운 물이다. 많은 문인이 지칠 대로 지쳐 땅끝에 왔다가 작은 생기나마 찾아 돌아간다고 고백했다.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 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 없는 땅끝’(김지하, 시 ‘그 소, 애린 50’에서)인 터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모색하는 여정. 해남 여행을 여기서 시작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는 땅끝 여기가 한반도 땅끝이다. 땅끝탑 앞에 놓인 스카이워크에서 관광객들이 서해를 내다본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정취 없는 이름으로 바뀐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은 40여 년 전까지 칡머리로 더 많이 불렸다. 지형이 칡덩굴 머리가 바다 쪽으로 쑥 튀어나온 듯해서 그렇다. 여전히 이곳 포구 이름은 칡 머리라는 뜻의 한자어 갈두(葛頭)를 쓰는 갈두항이다. 포구 근처 바닷가 절벽을 아우르며 깔린 데크 길을 걷는다. 보길도나 노화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항구를 떠나 김 양식장 옆으로 물살을 가른다. 땅끝탑으로 이어지는 이 길 중간쯤 스카이워크가 있다. 바다나 큰 강을 낀 지역에서 스카이워크는 진부한 관광상품이다. 하지만 투명 바닥을 통해 넘실대는 바닷물을 드러내며 뻗은 길 위에서의 풍경은 좀체 질리지 않는다. 노화도에서 오는 길인지 흑일도 흑일항을 떠난 배가 땅끝마을을 향해 뱃머리를 튼다. 2∼3km 떨어진 흑일도와 백일도가 방파제처럼 버티고 있다. 태풍이 올 때 두 섬이 에워싼 땅끝마을 앞바다는 고깃배들이 닿기를 바라는 피난처다.● 미황사… 지상 정토에 대한 염원 지난달 270여 년 만에 중창한 해남 미황사 대웅전. 달마산 기기묘묘한 암벽 능선이 굽어보고 있다. 땅끝탑에서 길을 따라 오르면 해발 150m 남짓한 사자봉이다. 여기서 북...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