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가 개발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가 중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국내 1세대 바이오기업 창업자로서 신약개발에 나섰던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 창업자 김선영 서울대 명예교수의 도전이 약 2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헬릭스미스는 중국 파트너사 노스랜드바이오텍이 엔젠시스(VM202)를 기반으로 개발한 유전자치료제 ‘NL003’의 중국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29일 밝혔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지난 28일 중증하지허혈(CLI) 치료 목적으로 NL003 사용을 승인한다고 공지했다.
노스랜드바이오텍은 2024년 7월 NMPA에 NL003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중국 의약품 심사평가센터(CDE)의 보완자료 요청, 종합심사, 행정승인 절차 등을 거쳐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회사는 허가에 앞서 상하이 판매지사를 설립하고, 판매·마케팅·사업개발 기능을 갖춘 초기 조직을 구성하는 등 상업화 준비도 진행해왔다.
헬릭스미스와 노스랜드바이오텍의 협력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헬릭스미스의 전신인 바이로메드는 노스랜드바이오텍과 VM202에 대한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노스랜드바이오텍은 중국 현지에서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자체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양사는 2019년 한 차례 갱신 계약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계약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NL003의 중국 상업화 이후 7년간 매년 순매출의 7% 또는 총매출의 4% 중 높은 금액을 로열티로 수령하게 된다.
임상적 근거도 확보됐다. 노스랜드바이오텍은 2024년 2월 NL003의 중국 임상 3상에서 주평가지표인 주사 후 6개월째 궤양 완치율이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계적 유의성은 p<0.0001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휴지기 통증 감소를 주요 평가변수로 한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노스랜드바이오텍은 NL003의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생산 인프라도 구축해왔다. 회사는 2020년부터 베이징 외곽에 연간 약 10만 명분의 치료제 생산이 가능한 GMP 시설을 조성해왔다. 품목허가 이후 본격적인 판매와 병원 진입, 유통망 구축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번 허가는 헬릭스미스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엔젠시스가 중국이라는 대규모 시장에서 임상 개발과 허가 절차를 거쳐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최초의 플라스미드 DNA(non-viral) 기반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 사례라는 점에서 엔젠시스 IP의 기술적·사업적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헬릭스미스는 과거 엔젠시스를 중증하지허혈증 적응증으로 미국 임상 2상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중국 허가를 계기로 미국, 유럽, 중동, 남미 등 주요 시장에서 기술이전, 공동개발,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사업개발 가능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미국 임상 3상은 단독 추진보다는 논의중인 파트너사와 계획을 구체화시킬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스아웃, 지역별 조인트벤처 설립, 공동 임상개발, 현지 투자 유치 등 여러 형태의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허가와 향후 상업화 과정에서 축적될 처방 경험, 판매 데이터, 리얼월드데이터(RWD)가 엔젠시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내 실제 사용 경험이 쌓이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파트너십 논의와 후속 임상 전략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성도 주목된다. 노스랜드바이오텍에 따르면 중국 내 중증하지허혈증 환자는 6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중증하지허혈증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5년 기준 7조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현지 증권사들도 NL003의 상업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개원(Kaiyuan)증권은 2025년 5월 첫 커버리지 리포트에서 NL003이 2031년경 매출 피크 25억 위안(4200~470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 5월 최신 리포트에서는 노스랜드바이오텍의 매출이 NL003 본격 출시 효과로 2026년 2억 위안에서 2028년 8억1000만위안(약 1540억원)까지 4배 가까이 확대되며 같은 해 연간 순이익 2억1500만위안(한화 약 410억 원) 규모의 본격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노스랜드바이오텍의 NL003 품목허가는 헬릭스미스가 오랜 기간 개발해 온 엔젠시스가 중국이라는 대규모 시장에서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이정표”라며 “중국 최초 플라스미드 DNA(non-viral) 기반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엔젠시스의 글로벌 사업개발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헬릭스미스는 그간 재무구조 안정화와 파이프라인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해왔다”며 “이번 허가를 계기로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이전, 공동개발, 전략적 제휴 등 사업개발 기회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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