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에서 대형주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접속매매'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상·하한가에 낸 호가가 실제로 체결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급등락할 때, 추종 매매에 나서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17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는 프리마켓 개장 시간인 오전 8시 19만6900원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분 뒤인 오전 8시2분 하한가인 13만9300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 가격에 실제로 9주가 거래됐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현대차를 싸게 살 기회가 생겼다며 이 소식을 주식 커뮤니티에 공유했습니다. 실제로 하한가에 호가를 제출했다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하한가 갔다는 알림을 받고, 달려와 '몰빵'(집중 투자)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하한가로 현대차 주식을 매입하지 못했습니다.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돼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VI가 해제된 8시4분 현대차 시세는 19만5200원으로 돌아왔고, 이후 20만원선을 되찾았습니다.
이처럼 프리마켓에서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12일에도 SK하이닉스는 프리마켓 개장 시간 상한가인 24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LG는 29.2% 급락한 4만8700원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거래 방식이 달라 벌어진 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개장 전 상·하한가에 주문을 내도 실제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넥스트레이드에선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 매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오전 8시30분부터 제출된 매수·매도 주문을 모아 가장 주문량이 많이 분포된 '균형가격'을 찾아 시가를 정하고, 이 가격에서 일괄 체결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상·하한가에 호가를 내더라도 그대로 주문이 체결되는 일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넥스트레이드는 '접속 매매'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접속매매란 주식 매수자와 매도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거래를 체결하는 시스템입니다. 오전 8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접속해 전날 종가가 1만원인 A주식 5주를 하한가인 70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을 냈을 때, 같은 가격·같은 수량에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거래가 체결됩니다. 한국거래소는 '가격 발견', 넥스트레이드는 '빠른 거래'에 초점을 맞춘 모습입니다.
주가가 급등락할 때, 추종 매매에 나서면 피해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프리마켓에서 주가가 상·하한가에 형성되는 것인 일시적인 '단주 거래'에 의한 이상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만 보고 매매하는 것보단 호가창과 체결 내역, 회사 관련 소식을 검토한 후 신중히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특정 계좌에서 반복적으로 상·하한가에 호가를 제출하는 사례가 발견돼 금융 당국에서도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단주거래로 인한 상하한가는 일시적 급등락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으므로 호가나 체결상황을 체크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며 "한국거래소와 복수시장 거래에 따른 가격 이상징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증권사 MTS 등을 통해 매매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상·하한가에 체결되는 일일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초기보다 빈도는 줄었다. 투자자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