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노태악, 부인과 3차례 억대 해외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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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과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 안건’이 통과되고 있다.  최혁 기자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과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 안건’이 통과되고 있다. 최혁 기자

6·3 지방선거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선거 관리 업무 부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노태악 전 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중 모든 해외 출장을 부부 동반으로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관위에서 받은 국외 출장 자료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선거제도 발전 및 국제 네트워크 증진’을 주제로 8박10일간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스톡홀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비용으로만 9053만원이 지출됐는데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숙박비 등이 모두 배우자를 포함한 인원으로 집행됐다. 노 전 위원장은 2024년 11월에도 7박9일 일정으로 독일과 에스토니아를 방문했다. ‘해외선거관리기관 교류·협력 방안 협의’ 명목의 해당 출장에는 총 7194만원이 쓰였다. 두 차례 유럽 출장 비용을 합하면 1억6247만원에 달한다. 선관위는 노 전 위원장이 ‘선거 정치제도 의견 수렴 및 재외선거 평가’를 위해 다녀온 2022년 12월(2~10일) 호주·뉴질랜드 출장에도 배우자가 동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노 전 위원장이 재임 중 다녀온 세 차례의 해외 출장에 배우자가 동행했다는 사실이 선관위의 대외 공개용 사후 보고서에는 누락됐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출장 인원이 노 전 위원장과 직원 등 ‘4명’으로만 적혀 있었다. 반면 선관위 내부 문서에는 노 전 위원장 이름 옆에 ‘부부 동반’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선관위가 의도적으로 노 전 위원장의 부부 동반 출장 사실을 외부에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헌법기관장으로서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예산 편성 때부터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명했다. 부부 동반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배우자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출장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여비 규정 제30조는 ‘공무수행을 위하여’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여행하도록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여비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나 국회의장 부인의 해외 순방 동행은 상대국 정상급의 공식 초청과 명확한 배우자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국가적 외교·의전 행위다. 반면 선관위원장의 출장은 실무 성격의 기관 간 교류에 가깝다. 결국 선관위는 배우자가 수행할 구체적인 공무가 없음에도 단순히 ‘기관장 예우’라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혈세를 투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는 뒤늦게 “향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형창/최해련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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