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남 팹’ 급물살]
삼성-SK, 광주-전남 핵심거점 검토
천안-온양엔 후공정 고도화 등 추진… 수백개 협력사도 옮겨 ‘생태계’ 확장
“충남에도 인프라 갖춰져” 유치 경쟁… TK선 “정치 논리로 산업정책” 반발

투자가 현실화되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수도권 중심의 국내 반도체 산업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수도권에서 충청권의 메모리·패키징 클러스터, 호남의 대규모 종합 클러스터로 확장되는 것이다.
● 삼성도 광주·전남 팹 신설에 무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권 이탈을 꺼리던 반도체 팹의 ‘남진정책’에 관심을 둔 이유는 AI발 반도체 수요 급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당초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좀 더 적극적인 쪽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 경기 용인 클러스터 가동을 앞두고, 추후 추가 설비 투자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수도권 인프라의 한계를 피해 광주·전남을 차세대 전공정 및 후공정 단지로 검토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신규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캠퍼스 증설과 함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 공장은 아직 토지 보상 단계로 착공 전이라 당장 증설 투자를 확정할 필요성은 낮은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은 광주에 반도체 후공정 투자를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선제적인 움직임과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기조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25일 1시간여 만남에서도 주된 논의는 삼성전자의 광주·전남 반도체 투자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모두 광주·전남 지역에 전공정과 후공정을 망라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확정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근본적인 지각 변동을 맞게 된다. 1, 2위 반도체 기업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공급하는 수백 개 협력사 역시 광주·전남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거나 신규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충청-호남이 3대 클러스터로
이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은 29일 행사에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30일 SK가 광주에서, 다음 달 2일엔 삼성이 충남 아산에서 각각 서남권과 충청권 투자 행사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후공정 기반을 두고 있어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반도체 클러스터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 지방 투자 계획과 관련해 기존 천안과 온양 캠퍼스의 후공정 고도화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대기업 투자는 매우 중요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충청권에선 천안 아산 일대가 지리적인 측면이나 이미 산업적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대규모 투자를 통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투자도 이어진다. GS그룹은 충남 당진과 강원 동해에 GW(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남권에서는 경남 창원과 사천을 중심으로 한화, 두산 등이 우주와 로봇 등 피지컬 AI 투자에 힘을 실을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대규모 투자가 호남에 쏠리며 다른 지역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광주·전남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관련해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산업정책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천안=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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