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 1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보수적 경영에 나선다. 미국 관세와 정권 교체 영향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 수익 악화 예상 속 건전성과 밸류업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신중한 경영전략을 설정했다.
KB금융은 2분기부터 '유연한 밸류업'에 돌입한다. 1분기 기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쓰며 금융지주 순이익 1위를 지켰지만 공격적 사업 확장보다는 관망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상무는 지난 24일 열린 2025년 1분기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례 없는 환경하에서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의 유연한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이사회가 결의한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소각과 하반기 예정된 보통주자본비율(CET1) 13.5% 초과분에 대한 주주환원 계획 등으로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기업대출 확대 요구에도 안정적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를 이어가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KB금융 1분기 CET1 비율은 13.67%로, 직전 분기 대비 0.14%p 증가했다. KB금융은 기업 상환 역량을 개선하며 컨설팅을 동반한 기업 대출 지원으로 건전성 부담을 최소화하고, 13.5% 이상 CET1 비율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 역시 올해 경영 최우선 과제로 '건전성 관리'를 꼽았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지난 주말 실적 발표에서 “올해 경영 관리 최우선 과제는 건전성 관리”라면서 “효율적 자산관리를 통한 추가 자본 여력 확보를 위해, CET1 비율 관리 목표를 기존 대비 10bp 상향시킨 13.1% 이상으로 유지해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1분기 CET1 비율은 13.27%로, 전 분기 대비 0.21%p 높였다.
하나금융은 질적 성장 기반 자본 비율 관리로, 시장 변동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기준 금리, 국내외 경기, 규제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분기별로 시장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진하는 동시에 분기별 고른 성장으로 자본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출 관리를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기업대출 확대를 요구하면 이를 지원하면서도, 명목 GDP 성장률 안에서 대출을 내줄 계획이다. CET1 비율도 13.0~1.5% 구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수준에서 대출 규모를 관리한다.
우리금융은 아예 리스크 관리를 경영 최전선 과제로 배치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기업금융 지원과 실수요자 중심 가계대출 관리로 건전성 확보와 내실 성장을 도모한다. 외화유동성 관리를 비롯해 △신용 리스크 관리 △그룹 진출국별 리스크 상시 점검 △상호 관세 피해지원 TF 운영 등 산업·시장별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한 전담 조직 '위기 기업 선제 대응 ACT'도 신설했다. 여신지원그룹 직속으로, 미국 상호관세부과와 국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피해 예상 기업에 금융지원과 연체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을 동시에 실시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4대 금융은 올 1분기 순이익 4조92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각 그룹 순이익은 △KB금융 1조6973억원 △신한금융 1조4883억원 △하나금융 1조1277억원으로 모두 지난해 1분기보다 증가했고, 우리금융만 증권사 출범과 퇴직금 등 손실로 전년 동기보다 25.3% 감소한 순이익 6156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지주는 마냥 웃지 못한다. 2분기부터는 미국 관세정책 여파 따른 산업계 지원과 상생금융 등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고, 환율 변동 등 국제 정세 불확실성 변수도 여전하다. 국내에서는 정부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경기 침체로 대출 자산 증가가 쉽지 않고, 상생금융 압박 역시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미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으로 인한 손실을 털어낸 기저효과를 제거하면, 1분기 순이익 증가율도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