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의 운명을 가를 1차 시한이 다가왔다. 서울회생법원은 30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법원이 요구한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100%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비용 절감과 점포 재편에 따른 사업성 개선 효과를 반영한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으로 설득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진행한 자구노력과 사업구조 개선 효과를 반영해 기존 회생계획안을 다시 손본 것이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이후 126개였던 대형마트를 절반가량인 67개 핵심 점포로 줄였다. 임대주와 협의를 통해 임대료를 조정했고, 슈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하림그룹 계열사인 NS쇼핑에 분리 매각했다. 자연퇴사와 희망퇴직 등을 거치며 인력도 절반가량 감축해 운영 효율을 높였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자구노력으로 회생신청 직전과 비교해 각종 비용이 약 1조20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납품과 영업만 정상화되면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된 대형마트 사업에서 곧바로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고, 정상화 3년 이내에 1500억원대 영업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홈플러스는 흑자 전환 이익과 폐점 점포 부동산 매각대금을 재원으로 공익채권은 물론 회생채권도 전액 변제하겠다는 계획. 개선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인수합병(M&A)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슈퍼마켓 사업부문을 분리 매각하면서 잠재적 인수자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신규 유통사업 진입을 원하는 투자자들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이 법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3일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홈플러스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생절차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법원은 다음달 3일로 연장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앞두고도 관리인이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에 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9일 제출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회생절차 폐지 방안에 대한 의견을 이날(6월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홈플러스가 내놓은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의 관건은 2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조달 공백을 사업성 개선과 향후 M&A 추진 가능성으로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대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가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 의사를 밝힌 만큼 메리츠가 회생을 위한 자금 집행에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메리츠는 대주주 책임이 우선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메리츠는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1000억원 규모 대출을 이미 의결하고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했지만, MBK뿐 아니라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이 있어야 인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 위기의 책임은 MBK에 있으며, 회생을 자신한다면 대주주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홈플러스 내부와 협력업체들 불안감도 커졌다. 홈플러스와 일반노조는 물론 협력사와 입점점주들도 정부에 "파산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직원과 협력사, 입점점주 등 1만1480명은 '파산만은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신문고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직원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도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협력업체, 납품업체, 입점 소상공인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노조는 회생절차 가결 기한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생절차 연장이나 수정회생계획안 제출만으로 홈플러스가 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2~3개월 짜리 유동성 보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홈플러스가 실질적인 정상화에 들어가려면 납품 정상화와 매출 회복뿐 아니라 M&A나 추가 투자 유치 등 중장기 회생 방안이 동반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날과 다음달 3일을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날까지 법원이 인정할 만한 회생 가능성 입증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 인가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회생절차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절차 폐지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홈플러스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경로는 사실상 파산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얘기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이미 유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영업 중단 점포 인근에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의 향후 처리 방향에 따라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 편의점까지 포함한 유통시장 재편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수정회생계획안 변경안을 통해 사업성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원이 요구한 핵심은 '회생계획을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신규 자금 조달과 납품 정상화 방안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7월 초 법원 판단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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