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나면 자동지급"…보험도 '확률'로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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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 산업의 발전은 보험 등 각종 금융 상품 구조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 기록된 사고 발생 확률에 따라 보험료를 산정하는 대신 미래의 사건 발생 여부를 바탕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채권을 상환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

사전에 약정한 지표가 특정 기준을 넘으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파라메트릭(매개변수) 보험’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보험 상품의 손해사정 없이 가입 시점에 설정한 미래 이벤트가 실현되는지만 놓고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지진 규모와 강수량, 태풍의 풍속 등 지표가 특정 수준을 초과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올해 들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지난 1월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홍수 파라메트릭 보험에 가입했다. 홍수 피해가 사전 설정 임계치를 넘으면 10일 이내에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에콰도르는 2월 첫 파라메트릭 농업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강수량이 사전 정의된 임계치를 초과하거나 가뭄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보험금이 자동 지급된다.

재난채권도 비슷하다. 투자자는 높은 이자를 받는 대신 지진, 허리케인, 폭우 등이 발생하면 원금 일부 또는 전부를 잃는다. 이 돈은 피해 지역 복구와 채권 발행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 재난 발생 확률에 투자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올 1분기 세계 재난채권 발행액은 67억달러로 1분기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예측 산업을 바탕으로 한 금융 상품의 발전은 신산업 육성에도 기여한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건설이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AI용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는 데 100억~2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비가 필요하지만 건설 및 운영 관련 리스크는 아직 계량화되지 않았다.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해안가에 건설한 데이터센터가 강력한 태풍 피해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은 수백억달러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구조의 보험 프로그램을 빅테크에 요구하고 있다. 재보험사인 에이온이 데이터센터 건설부터 운영까지 모든 위험을 보장하는 ‘데이터센터 생애주기 보험 프로그램’의 보장 규모를 25억달러로 확대한 이유다. 관련 업계 1위 마쉬 역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전용 보험인 님부스의 보장 한도를 두 배 늘린 27억달러 규모로 증액했다.

이들 보험 상품은 토네이도 발생 확률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보험료가 상승하고, 확률 데이터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낮아지는 구조다. 날씨와 관련 불확실성을 고도화된 예측 데이터로 투명하게 가격을 매기고 이를 거래 가능한 자본으로 환산한 것이다.

에이온의 파라메트릭 부문을 담당하는 콜 메이어 이사는 “폴리마켓에서 미래 예측을 놓고 이뤄지는 거래는 최근 보험사들이 내놓는 각종 상품의 구조와 근본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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