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자연은 파괴되지 않는다, 다만 적응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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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자연은 파괴되지 않는다, 다만 적응하고 있을 뿐

어릴 적 자연은 곧 동물이었다. 어린이들은 좀처럼 식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움직이는 동물을 보면서 자연을 배우는 어린이들에게 식물은 지루하고 따분한 생명체일 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자연에 대해 제대로 배우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식물의 위대함에 대해 알게 된다. ‘식물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온다. 인류세란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世)를 뜻하는 ‘-c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로, 다른 지질시대와 구분되어 ‘인간이 지구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 시대’를 말한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콘크리트 식물학(Concrete Botany)>은 ‘인류세’가 어떤 개념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서, 그 결과와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한다. 인간이 초래한 자연 생태계 파괴와 그 속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의 놀라운 적응력과 회복력을 보여주면서,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 방식에 대해 고민해본다.

책을 쓴 조이 산토레(Joey Santore)는 ‘아마추어 식물학자’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 단일 작물 재배, 단조로운 잔디밭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그는 식물학 관련 학위도 없고 식물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화물 열차 기관사였던 그는 열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진화 식물학과 지질학에 관심을 가졌다.

2019년부터 ‘범죄는 돈이 되지만, 식물학은 그렇지 않다(Crime Pays But Botany Doesn’t)’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5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들이 채널을 통해 흥미로운 자연 세계를 만나고 있다.

<콘크리트 식물학>은 경이롭고 위대한 식물을 향한 사랑 고백이면서 또한 인간을 향한 엄중한 경고다. 책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 아니라, 동시에 ‘자연을 재편하는 강력한 행위자’라고 규정한다. 인간은 식물들이 자라던 대지를 개척해 그 위에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뒤덮었다. 인간 눈에 보기 좋은 외래 식물을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으로 옮겨 심었고,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신비하게도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 사이에서, 그리고 버려진 공터에서도 식물들은 다시 자라났다. 그리고 식물 주변으로 다른 생명체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우리 코앞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소유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일시적인 관리자로서, 우리 인간은 이 땅을 그 위에 사는 다른 존재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으며, 언젠가는 되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우리가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더 좋은 상태로 되돌려줘야만 한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자연은 파괴되지 않는다, 다만 적응하고 있을 뿐

산토레는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바꿔놓은 인류세에 식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하며, 생태계 회복을 위한 방향 전환이 식물 생태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물의 삶이 인간을 비롯한 다른 모든 생명체의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자연은 파괴되지 않는다, 다만 적응하고 있을 뿐

기후위기, 도시화, 생물 다양성 감소, 그리고 자연 생태계 파괴, 거의 매일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책은 ‘적응하는’ 식물들의 삶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에 의해 훼손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식물들의 놀라운 생명력을 소개하며, 자연은 파괴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전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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