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무신사는 뷰티페스타를 하루 앞두고 뷰티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행사 공간을 공개했다. 약 2180㎡(660평) 규모로 조성된 거대한 행사장이 수백명의 인플루언서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트렌디한 옷차림과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이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부스에서 화장품을 직접 체험하며 후기와 소감을 영상으로 담았다. 지난 5월 노들섬 전역을 무대로 진행된 올리브영 페스타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브랜드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촬영에 몰두했다.
K뷰티 인지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대규모 페스타나 팝업스토어(팝업) 행사에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현장을 소개하고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는 방식은 이제 업계에서 필수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이에 유통업계나 뷰티 브랜드들도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뷰티 페스타, 팝업 행사 등에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브랜드 모델이나 앰배서더로 발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 홍보를 넘어 전략적으로 협업을 맺는 경우도 많다. 무신사가 전개하는 자체 뷰티 브랜드 오드타입은 16만 뷰티 유튜버 시드니와 협업해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뷰티 브랜드 에뛰드는 37만 유튜버 시네와 함께 공동개발한 BB크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삐아, 릴리바이레드 등 다수의 브랜드가 인플루언서와 함께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인플루언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CJ올리브영은 매년 두 차례 뷰티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셔터브리티’를 모집한다. ‘셔터’는 최신 뷰티 트렌드와 메이크업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셔터브리티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말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 홍보 효과도 꾀할 수 있다.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비용에 있다. 톱 연예인 모델을 기용할 경우 수억~수십억원대 광고비가 들어간다. 반면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규모와 영향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도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인디 브랜드에게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와의 소통이 용이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의 피부톤이나 지성, 건성 등 피부유형이 비슷한 인플루언서의 후기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플랫폼 기업 레뷰코퍼레이션이 발간한 '2025년 2분기 인플루언서 마케팅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 중 약 72%가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통해 실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연예인 인지도를 앞세운 광고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실사용 후기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 번 마음에 드는 인플루언서를 발견하면 자신의 피부 유형과 딱 맞는 새로운 인플루언서를 찾기 어려워 소비자의 이탈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특정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에 정착하게 되고 이는 반복 구매로 이어져 매출 증가에 기여한다.
뷰티 시장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2031년까지 2억6524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뷰티 정보를 얻는 경우가 늘면서 업계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부터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까지 폭넓게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