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연기…은행대출 등 우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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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크레디트, 극과 극 ]③
1분기에만 회사채 3.6조 순상환
4월 회사채 10조 만기 도래 예정
중동 전쟁 여파에 금리 불확실성↑
A급 수요 쏠림…“모험자본 효과”
“전쟁 끝나도 불리한 환경 이어질 듯”

  • 등록 2026-03-29 오후 10:10:05

    수정 2026-03-29 오후 10:10:05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오는 4월 10조원 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달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9일 본드웹에 따르면 4월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는 10조6470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과 2월에 이어 연중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통상 3월은 결산 영향으로 만기 부담이 적은 비수기지만, 4월에는 다시 만기가 집중되며 기업들의 차환 부담이 확대되는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문제는 시장 환경이다. 올해 들어 회사채 시장은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본드웹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회사채 누적 상환금액은 29조4512억원, 누적 발행금액은 25조8640억원으로 약 3조5872억원 순상환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9조5435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발행액이 상환액을 밑돈 것은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로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차환 발행이 쉽지 않아지자 기업들이 만기도래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이달 발발한 중동 전쟁과 이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는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 자극과 금리 상승 압력으로 연결됐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환경에서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금리 민감도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투자자들은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을 경계하며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 매수 이후 금리가 더 오를 경우 평가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신규 투자에 신중해지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발행시장에서 수요 기반이 약화되고 발행사 역시 조달 시점을 미루는 '눈치보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서 'A급'은 웃었다

다만 모든 구간에서 수요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이달 수요예측 시장에서는 A급 기업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됐다.

현대코퍼레이션(A0)은 모집액 대비 최대 11배의 주문을 확보하며 민평 금리 대비 2년물 –18bp, 3년물 –23bp 수준에서 낙찰됐다. 해태제과식품(A0) 역시 3년물 400억원 모집에 142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22bp에 목표액을 채웠다.

이외에도 녹십자(A+), 한솔케미칼(A0), 동아쏘시오홀딩스(A0), 하이트진로(A+), 한국콜마(A0) 등 A급 기업들의 수요예측 흥행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희망금리 밴드 하단에서 수요를 채우며 두 자릿수 언더금리를 기록했다. 한국콜마는 500억원 모집에 575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11배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고, 하이트진로 역시 목표액의 8배가 넘는 수요를 확보했다.

A급 회사채 강세는 제도적 요인과 수익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모험자본 의무 투자 규정에 따라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데다, 금리 상승으로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캐리(이자) 수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유입된 영향이다.

"금리 안정·수급 회복 동시에 이뤄져야"

그럼에도 발행사들의 체감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금리 레벨 자체가 높아진 데다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단기 차입, 은행 대출 등으로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차환 대신 자체 현금으로 상환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경색 국면이 해소되기 위한 핵심 변수로 중동 리스크 완화를 꼽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해소될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이 완화되며 유가와 금리 변동성이 동시에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만 풀려도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금리 변동성도 빠르게 잦아들 수 있다"며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져야 기관들이 안심하고 크레디트 채권을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쟁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미 국내 증시 강세에 따른 '머니무브'가 진행되며 채권 수요 기반이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담당 임원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수급 측면에서 불리한 환경이 이어질 수 있다"며 "반도체 업종 호황 등으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크레디트 시장 강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연초효과도 나타나지 않았고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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