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구독앱에 성매수男 400만 정보… 단속 피했다고 끝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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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 음지로 숨어들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업주들의 손님 가려 받기라고 한다. 성 매수자로 가장한 경찰이 함정 단속을 해올 수 있어 이를 어떻게 피할지가 업주들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또 오피스텔 같은 일상 공간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소란을 피울 ‘진상 고객’이라면 미리 걸러내려고 한다. 그래서 성 매수자들의 신상 정보는 업주들이 돈 주고 살 만큼 값진 정보라고 한다.

▷성 매수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업주들과 공유하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이 앱을 열면 고객의 연락처는 물론이고 이용 횟수, 평판, 성적 취향까지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최근 경찰이 검거한 일당은 전국의 성매매 업주 2500명을 이 앱에 가입시키고 매월 10만 원가량 ‘구독료’를 받았다. 업주들은 영업용 휴대전화로 예약을 받으면서 손님들 정보를 저장해 놓는데 이 앱을 설치하면 그런 정보들이 자동으로 앱 서버에 전송돼 업주들끼리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해 ‘경찰’ ‘진상’ 등의 닉네임이 달린 전화번호로 예약 문의가 오면 받지 않는다고 한다.

▷성매매가 집창촌 등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시절엔 업주들이 고객 정보를 알 길이 없었다. 요즘엔 성매매 사이트 등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되면서 성 매수 남성들의 휴대전화 번호나 SNS 아이디 등 정보 수집이 수월해졌다. 일부 업주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오가던 정보들을 디지털 형태로 대량 수집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문제의 앱을 운영한 일당이 2년간 수집한 성 매수자 연락처는 400만 개에 이르고 범죄 수익도 46억 원에 달한다.

▷성 매수자 정보는 업주들끼리만 돌려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범죄 목적으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특히 눈독을 들인다고 한다. 이들의 전화번호나 아이디 등을 활용해 직장이나 지인들을 파악한 뒤 성매매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거액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성매매 장소에 몰카를 설치해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수백 명에게 돈을 뜯은 사례도 있다. 요즘은 남자 친구나 남편의 성매매 여부를 확인해 주고 돈을 받는 ‘유흥 탐정’ 업체들도 난립하고 있다. 그런 일을 당해도 떳떳하게 신고하지 못할 것을 노려 저지르는 범죄들이다.

▷성매매를 하려면 자신의 정보가 암시장에 유통되며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하는 시대다. 불법 수집된 개인정보가 범죄에 활용돼 피해를 봤다면 일종의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인 이상 두둔해 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성 매수자들은 단속에 안 걸렸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새어나간 개인정보가 두고두고 약점으로 남아 언제든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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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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