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엑스포 개최 지역은 매립지에 만든 인공섬 유메시마다. 엑스포 상징물인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둘레 2km) 안팎으로 한국을 비롯해 각국의 전시관 42개가 마련돼 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인들이 몰려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최지 선정 당시만 해도 관람객 2820만 명을 유치해 33조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팔린 티켓은 1000만 장도 안 된다. 라멘 한 그릇에 3만8000원, 여행 가방 맡기는 데 하루 10만 원인 ‘바가지요금’도 논란이다.
▷한국은 오사카 다음으로 국내 최초 등록 엑스포가 될 2030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려다 실패했다. 지역 안배 원칙을 감안하면 오사카에서 가까운 부산이 될 가능성은 낮았음에도 대통령실에 전담 조직까지 두고 유치전에 올인한 결과 2023년 11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29 대 119로 대패했다. 부산만의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강남스타일과 오징어 게임을 내세운 홍보 전략은 “뜬금없고 식상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1차 투표 3개월 전 ‘잼버리 사태’가 터지자 한국의 대형 행사 개최 역량이 의심받기도 했다.
▷결과 예측에 실패해 헛심 쓰게 한 정부의 무능은 더 큰 문제였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론 ‘한국 지지로 선회’ ‘불과 10여 표 차이’라는 보고가 줄을 이었다. 1차 투표에서 70표 얻고 2차 투표에서 뒤집자는 전략이었다. 일선에서 ‘아직 그만한 표를 확보 못 했다’고 보고하면 ‘왜 사기를 꺾느냐’는 질책이 떨어졌다고 한다. 외교망 확충 효과를 거뒀다고 하나 2년간 5744억 원, 표당 198억 원이 들었다.▷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했지만 그뿐이었다. 판세 예측 실패나 허위 보고 여부에 관한 진상 규명은 없었다.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는 징계는커녕 총선 공천을 받았고, 외교부 차관은 경제 부처 장관으로 승진까지 했다. 여권에서도 “무능하고 아부에 찌든 참모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질타가 나왔는데, 그때 대통령 보고 체계를 점검했더라면 엑스포 유치엔 실패해도 정권 실패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산 엑스포의 꿈을 접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당시 유치전부터 복기해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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