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포 더 팀’ 박승규, 4안타 친 날도 개인훈련… “스스로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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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야수 박승규(26)는 올 시즌 단 한 경기로 프로야구를 가장 뜨겁게 달군 선수가 됐다. 10일 대구 NC전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면서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만 남겨뒀다.

이어 8회말 2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박승규는 장타성 타구를 날렸다. 박진만 감독을 비롯해 삼성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이가 2루에서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박승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추가 득점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프로야구 역사상 32번밖에 나오지 않은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을 제 발로 걷어찬 박승규의 플레이는 ‘히트 포 더 팀’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경기 후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친 게 당연한 일. 하지만 박승규는 연락 두절 상태였다. 여느때처럼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방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19일 만난 박승규는 “훈련은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려고 한다.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목표로 하는 정도의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승규의 경기 후 훈련은 안방, 방문경기를 가리지 않는다. 박승규는 “(훈련할) 자리는 어디든지 있다. 호텔 밖 공원 같은 곳에서도 할 수 있다”며 “훈련을 같이 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히트 포 더 팀’ 경기 이후 삼성 더그아웃 화이트보드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날 박승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팀 베테랑 포수 강민호(41)가 적어둔 것이다. 강민호는 이날 박승규에게 “오랜만에 남자한테 반했다”는 농담 섞인 찬사를 보냈다. 박승규는 “팀에 좋은 에너지를 주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그 글귀를 보면서 나도 매일 한번 더 다짐하게 된다”고 했다.

‘원 팀’이 된 삼성은 그날부터 7연승을 내달렸다. 19일 LG전 패배로 연승은 중단됐지만 12승 5패 1무(승률 0.706)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승규 역시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박승규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때 삼성에서 2차 9라운드 82순위로 지명을 받아 네 시즌동안 1, 2군을 오가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박승규는 “입대 전 기회가 왔을 때는 조급한 마음이 컸다. 그런데 군대에서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긴다. ‘이렇게 머물면 이도 저도 아닌 선수가 되겠다’ 느꼈고 스스로 뭐가 필요하고 뭘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상무 복무 기간 책 읽는 습관도 들였다. 박승규는 “야구를 그만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군대에서 책을 많이 읽더니 (인간으로서) 성장했더라.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내 경험으로밖에 말을 못해주니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박승규는 최근 독일 출신 마르틴 베를레가 쓴 ‘나는 다시 나를 설계하기로 했다’를 읽었다. 박승규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때그때 제가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맞는 책을 고른다. 알고있는 것도 잊기 마련이라 책이 다시 일깨워주기도 한다”고 했다.

선수로서 이루고 픈 목표에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은 없었다”고 말한 박승규는 “목표는 당연히 큰데 아직 말씀드리기는 이른 것 같다. 현재 목표는 좌절하거나 고난을 겪고 있는 팬분들께서 내 플레이를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불씨를 얻고 ‘나도 다시 일어서자’고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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