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성장을 주장하는 이재명의 경제 책사’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효의 경제참모 그룹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지금도 주요 일간지에 경제 관련 칼럼을 기고할 만큼 왕성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계에선 하 교수를 ‘중도 성향’의 주류 경제학자로 분류한다. 1969년생인 그는 199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 2년 만에 석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1993년부터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2000년에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 교수는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기업가의 혁신’을 강조한 조지프 슘페터의 성장론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 교수는 학계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높은 소득은 높은 생산성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최적 속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케인지언 성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 교수는 2021년 11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원래 정치권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며 “언론사에 칼럼을 쓰면서 한국 경제의 여러 문제를 많이 다뤘다”고 할 정도로 현실 정치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랬던 하 교수를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끌어들인 사람은 이 전 대표다. 2021년 초 이 후보가 자신의 칼럼을 보고선 “한 번 만나자”며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 교수는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보니,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식견과 리더십을 갖춘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후보에 대해 “상당히 실용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그는 20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 2022’에서 경제1분과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후보 직속인 전환적 공정 성장 전략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경제학자 중 유일하게 공식 직책을 받은 인물은 하 교수가 유일하다.
문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이 전 대표 측에 합류한 이후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문 정부의 ‘임대차 3법’을 두고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내쫓고 들어와 살게 하는 결과를, 심지어 해외에 사는 노인들이 서울에 사는 세입자를 내보내는 결과를 낳았다”라거나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에 너무 많은 혜택을 몰아주다 보니 가구 분화를 촉진해 주택 수요를 더 키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 교수는 이 후보의 선대위에서 경제정책, 그중에서도 성장 전략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같은 위원회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분배정책을 다룬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그는 “기본소득은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전환의 촉매제”라며 “궁극적으로 ‘전환적 공정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이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시리즈’를 두고 논란이 일자 하 교수가 대신 ‘성장’을 강조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도 이 전 대표의 참모 그룹으로 돌아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내분 논란’을 빚었던 이 후보의 외곽 싱크탱크 그룹 ‘성장과 통합’의 경제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