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만기 10년 이상인 장기 국고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고 있다. 최대 3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인 확장 재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정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국채 가격은 떨어져 투매를 부르고, 이는 다시 국채값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4일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13%포인트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10%포인트 올랐다. 통상 국채 금리가 하루 0.03%포인트 내에서 등락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날 30년 만기와 10년 만기 금리는 각각 0.027%포인트, 0.03%포인트 소폭 내려 연 2.754%, 연 2.89%를 기록했다.
장기채 투자 심리가 확연하게 위축되고 있다. 올해도 80조원 안팎의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규모 추경에 나서려면 그만큼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기 국고채 공급이 큰 폭으로 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자들이 10~30년 만기 국고채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직후인 4일 이뤄진 30년 만기 국고채 경쟁 입찰에서도 매수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2월 2.7 대 1이던 입찰 경쟁률이 2.1 대 1까지 떨어졌다. 장기채 수급 불안 조짐은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4월부터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장기채 발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기존 채권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며 “지난달까지 국채 선물을 매수하면서 수요를 메꿔준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맞물리면서 단기채와 장기채 금리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3년 만기와 10년 만기 국고채 스프레드(차이)는 0.48%포인트로 2022년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단기채인 3년 만기 금리는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아 내려가고, 장기채 금리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상승한 결과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