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82곳에 무장애 환경 조성…'열린관광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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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5년부터 ‘열린관광지’ 182곳 조성
올해 첫 ‘열린여행주간’ 시행해 인지도 확대
‘나눔여행’ 통해 체험 중심 관광복지 실현
韓관광공사 "함께 즐기는 권리 정책으로 확장"
이훈 교수 "양적 성과 넘어 질적 전환해야"

  • 등록 2025-04-30 오전 6:00:00

    수정 2025-04-30 오전 7:33:27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장애인·고령자·임산부·영유아 동반 가족 등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열린관광지’ 정책이 시행 10년 만에 관광권 평등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전국 182곳 주요 관광지에 무장애 관광 환경이 조성되면서 ‘모두를 위한 여행’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4월 처음 도입한 ‘열린여행주간’은 정책의 사회적 파급력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등 포용적 관광 생태계 조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관광 전 과정을 아우르는 무장애 연계성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을 통한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남 순천 드라마 쵤영장에서 장애인들이 관광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10년간 182개소 조성…국제적 평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5년부터 ‘열린관광지 조성사업’을 통해 전국 182개 관광지에 무장애 환경을 조성해 오고 있다. 이 중 132개소는 이미 조성을 완료했고, 30개소는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를 목표로 조성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20개소도 컨설팅을 마치고 조성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그동안 관광지 1곳당 최대 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물리적 시설 개선은 물론 관광 종사자 대상 인식 개선 교육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휠체어 사용자와 시각·청각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가족 등 전체 인구의 약 31%에 달하는 관광 약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노력은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 ‘포용적 관광 우수사례’ 선정, 2022년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골드 어워드 수상 등 국제사회에서도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올 4월 진행한 ‘열린여행주간’은 열린관광지 정책의 대국민 확산을 위해 처음 도입한 범국민 캠페인이다. ‘모두가 행복할 지도’를 주제로 서울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열린 캠페인 개막식과 체험 프로그램은 총 7507명 시민이 참여하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협업한 아트워크 전시, 무장애 관광 보드게임 체험, 인식 개선존 등은 ‘관광권은 모두의 권리’라는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했다.

전남 순천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장애인들이 관광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문지영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파트장은 “열린여행주간은 단순한 보호 개념을 넘어, 함께 누리고 즐기는 ‘포용적 관광’으로 정책을 확장하는 첫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열린여행주간과 연계한 ‘나눔여행 프로그램’도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총 7개 기관이 동참한 프로그램에는 관광취약계층 195명이 참여해 ▲땅끝 해남 ▲제천 활옥동굴 ▲순천만 국가정원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등 다양한 무장애 관광지에서 맞춤형 체험을 즐겼다. 여행 테마 역시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세심한 구성으로 프로그램 취지와 의미를 더했다.

충북 제천 활옥동굴에서 장애인들이 보트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양적 성과 넘어 질적 전환으로”…관광 연계성 강화 과제

양적 성장을 이룬 열린관광지 정책은 이제 질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단순한 접근성 확보를 넘어 이용자의 감성적 만족과 체험, 경험의 깊이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각에선 오감을 활용한 체험 콘텐츠 개발과 정서적 만족을 높이는 공간 설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바닷가에 설치한 데크에서 경관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다에 직접 발을 담글 수 있도록 연결하거나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사운드 스케이프’ 형태의 트레킹 코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열린관광지가 양적 기반을 갖춘 만큼 이제는 다양한 감각적 접근성과 이용자 경험 만족도를 세밀하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열린관광지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장애 관광 연계성 강화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강릉, 울산, 파주를 권역별 거점으로 선정해 3년간 최대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 관광지와 숙박, 교통, 음식, 체험 콘텐츠까지 여행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끊김 없는 관광사슬’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일 관광지 개선을 넘어 지역 전체를 무장애 관광권역으로 묶어 이동과 체험, 숙박, 소비 활동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 모델로 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원도 강릉 안목해변에서 장애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 확대와 더불어 공공과 민간의 다양한 협력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장애인 관광이 프리미엄 관광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장애인 관광을 단순 복지 관점에 머물지 않고 고급 관광시장과 연계해 민간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민간 시설 투자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무장애 관광시설 인증제 도입, 관광사 자격 연계 무장애 교육 강화, 무장애 숙박시설 정보 제공 확대 등과 같은 제도적 기반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최근엔 4·5성급 호텔 101개소 대상 장애인 객실 실태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OTA(온라인 여행사) 예약 시스템에 장애인 객실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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